오래된 단청·괘불에 들어간 전통 녹색 안료, 제조법 찾았다
국립문화재연구원, 전통 안료 '동록' 복원 성공
-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목조건축물의 단청, 괘불, 사찰 벽화 등에 녹색 안료로 자주 사용된 인공 무기안료 '동록'(銅綠)을 전통 방식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2019년부터 전통 인공 무기안료의 재료와 제조 기술을 복원하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전통 인공 무기안료에는 녹색을 표현하는 동록, 청색을 표현하는 회청, 황색을 표현하는 밀타승, 적색을 표현하는 연단, 백색을 표현하는 연백이 있다. 이 중 동록은 물질과 제조법이 단절되고 문헌이나 역사적 자료도 많지 않아 그동안 복원이 어려웠다.
동록은 천연 또는 인공적으로 구리가 산화돼 만들어진 녹색 안료인데 전통적으로도 구리 및 구리합금을 인공적으로 부식시킨 후 분말 형태로 제조해 썼다.
연잎처럼 짙은 녹색을 띠어 '하엽'(연꽃의 잎)으로도 불리며,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주로 천연 광물인 녹염동광 또는 인공 화합물인 염화동으로 식별돼 천연 안료인지 인공 합성안료인지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국립문화재연구원은 한·중·일 고문헌을 연구, 동록의 명칭과 제조 방법을 찾아내 동록을 재현하고 재료가 가진 고유의 성질을 밝혀냈다.
고문헌 조사 결과 확인된 동록의 제법은 동기(銅器·구리나 구리합금으로 만든 그릇이나 물건)를 초(醋)로 부식시켜 만드는 '산부식법'이 대부분이었다.
이외에 동기를 가루로 만들어 광명염(光明鹽·할로겐 화합물류의 광물소금)과 뇨사(硇砂·화산 및 온천지대에 존재하는 천연 염화암모늄)로 부식시켜 만드는 '염부식법'도 일부 있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지난 4년간 동록 안료의 전통 제법을 재현하기 위해 산부식법과 염부식법을 순차적으로 시도했다.
그 결과 순수한 구리 및 구리합금 5종의 분말을 원료로 해 염부식법으로 재현한 동록 안료가 실제 문화재 속 고(古)단청의 하엽 색상과 성분이 동일하고 입자 형태도 가장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내후성 시험 결과 열화 후 색상이 문화재 고단청에서 관찰되는 색상과 유사하게 나타나 신뢰성 높게 안료가 복원됐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전통 단청, 괘불, 사찰 벽화, 조선시대 초상화 등 다양한 채색 문화유산에 높은 비중으로 두루 사용된 하엽 색상의 안료인 동록의 물질을 정의하고 그 특성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단절된 동록 제조 기술까지 확보함으로써 관련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ho8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