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추악한 이면 밝혀낸 스웨덴 미투운동"
수잔나 딜버 미투 활동가 "성평등지수 세계 1위 스웨덴도 미투 예외 아냐"
"위계 이용한 성범죄…인식개선과 제도개선 통해 타파해야"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8년 노벨문학상은 수상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이는 스웨덴 한림원이 2017년 불거진 소속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72)의 미투 사건을 별다른 조치 없이 넘기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해 종신심사위원 18명 중 7명이 집단 사퇴했고 한림원 정관상 심사위원회 정족수를 구성하지 못했다."
스웨덴에서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이끄는 활동가 중 한명인 수잔나 딜버(Suzanna Dilber) 공연예술연맹 배우부문 이사장은 지난 4일 서울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기자를 만나 "전 세계에서 성평등지수 1위를 기록한 스웨덴 역시 미투의 예외일 수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원장 변혜정) 초청으로 방한한 수잔나 딜버는 "여성 18명이 2017년 말에 한림원 종신심사위원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자 스웨덴 문화계 거물인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에게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미투운동을 제기했다"며 "경찰이 이들의 폭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성폭력 의혹뿐만 아니라 이들 부부가 한림원 자금 횡령과 수상자 후보 정보를 7번이나 유출한 추악한 이면도 드러냈다"고 말했다.
딜버는 "한림원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특단의 조치를 하지 않자 이에 반발한 종신위원 7명이 집단 사퇴하면서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사퇴를 압박했다"며 "장클로드 아르노는 지난 1일 스웨덴 스톡홀름 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라고도 말했다.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작 선정을 포기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이후 75년 만에 처음이다.
딜버는 "스웨덴 미투 활동가들은 장클로드 아르노 성폭력 사건을 경찰과 법원의 판단에 넘기고 사회구조와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딜버에 따르면 스웨덴은 북유럽국가 중 최초로 미투운동을 2017년 말부터 전개했다. 연극, 공연, 영화 등에서 활동하는 여배우 500여 명이 공동 성명을 내면서 집단으로 미투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을 이끌고 있는 딜버는 "스웨덴의 미투운동이 집단적 움직임이었다면 한국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나서야 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딜버는 "스웨덴 미투 운동은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동시에 장르를 아우르는 여배우들의 연대를 통해 미투의 폭발력을 몇 배로 증폭시키는 방법을 택했다"며 "이런 미투 운동은 성폭력의 수치와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지워지는 계기를 만들었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딜버는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과 함께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투운동의 영향으로 스웨덴은 올해 7월1일부터 '명시적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파타(fatta)법이 새롭게 발효했다"며 "그러나, 가부장제 등의 위계에 의한 뿌리가 깊은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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