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은 백제, 83호는 신라에서 제작 추정"
국립중앙박물관 '한일 금동반가사유상-과학적 조사 연구' 발간
- 박창욱 기자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삼국시대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은 백제, 제83호 반가사유상은 신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담은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한국과 일본 소재의 반가사유상에 대한 최신 조사 결과를 수록한 '한일 금동반가사유상-과학적 조사 연구'를 31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오사카대학과 공동으로 2009~2012년 실시한 한국 소재 12점과 일본 소재의 31점 등 금동반가사유상 총 43점에 대한 종합 조사의 결과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반가사유상은 고대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크게 유행한 불상 형식이다.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주로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보살상으로, 출가 전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됐다.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은 예술적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독존으로도 제작돼 먼 미래에 중생을 구제할 '미륵신앙'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중요한 예배의 대상이 되었다. 일본에 전래되어 수많은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반가사유상 연구는 일찍부터 활발히 이루어졌으나, 전수 조사는 이번이 최초다. 더욱이 이번에는 양식과 도상 분석과 같은 전통적 접근 방식 이외에 최신 장비를 이용한 과학적 조사에 큰 비중을 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고서에서 학계의 다수 의견에 따라 78호상은 보관의 화려한 문양과 튀어나온 광대뼈, 온화한 미소 등으로 볼 때 6세기 중후반 백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83호상에 대해선 앳된 표정과 신라의 반가사유상에서만 확인되는 삼면 보관 등으로 볼 때 7세기 전반 신라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 반가사유상의 재료 특징의 차이도 설명했다. 한국 반가사유상은 주석 함유량은 5% 이상이고, 때로는 10%를 넘는 사례도 있는 반면 일본 반가사유상은 주석 함유량이 3% 정도로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
또 한국 반가사유상에는 주석 외에 납이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 함량도 일본의 반가사유상보다 훨씬 높다. 일본 반가사유상의 바탕금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순동제(純銅製)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삼국시대 반가상 중에는 순동으로 만든 것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과 대별된다.
일본에서 순동제는 한국 불상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은 6세기에는 보이지 않다가 7~8세기에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 일본의 사례 중에는 비소가 함유된 사례가 많고, 8세기 나라시대에 이르면 철의 함유량이 높은 상도 간혹 나타나는 점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재질과 함께 조형 측면의 차이도 적었다. 한국 반가사유상은 상반신의 비율이 가늘고 긴 반면, 일본은 상반신이 짧고 불상을 받치는 대좌도 상대적으로 컸다.
아울러 과학적 조사 결과를 활용하여 기존의 국적에 대한 추정을 확정하거나 국적에 대한 새로운 견해도 제시했다. 양식적으로 한국계로 추정되어왔던 나가노 간쇼인(觀松院) 반가사유상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의 나치(那智) 경총(經塚) 출토 반가사유상이 바탕금속 성분의 측면에서 한국 금동불의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오사카대학 후지오카 유타카(藤岡穰) 교수는 보고서에 수록된 논고를 통해 교토 묘덴사(妙傳寺)와 효고 게이운사(慶雲寺)의 반가사유상이 한국 삼국시대의 작품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본문, 고찰,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에는 한국 소재의 12점과 일본 소재의 31점의 금동반가사유상 각각에 대한 해설, 도판, 성분분석 결과, 감마선 촬영, X선 CT 촬영, 3차원(3D) 촬영 자료 등을 수록하였다.
고찰은 모두 3편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오사카대학의 연구팀이 작성한 주요 성과가 담겨 있다. 부록에는 참고자료로 봉화 북지리 출토 석조반가사유상과 경주 송화산 출토 석조반가사유상의 3D 계측 도면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글은 한국어와 일본어를 병기했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조사에서 금동반가사유상이라는 특정 형식을 집중적으로 검토하여 한국과 일본 금동반가사유상의 재료와 제작 방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힐 수 있었으며, 향후 더욱 많은 과학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분석한다면 금동반가사유상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오사카대학은 2009~2012년 금동반가사유상에 대한 조사에 이어 2013~2016년에는 '동아시아의 금동불'이라는 주제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여 공동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앞으로 당시 수집한 자료를 정리, 분석하여 동아시아 고대 금동불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보다 풍부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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