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거부' KBS 길환영 사장에 기협·노조 사퇴 압박…파업 찬반 투표 돌입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KBS기자협회 회원들이 21일 오후 영등포구 여의도 KBS신관 앞 계단에서 길환영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KBS노조는 길환영 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2014.5.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figure>길환영 KBS 사장이 재차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힌 가운데 KBS 기자협회와 노조는 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가는 등 KBS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21일 KBS 기자협회와 양대 노조인 KBS노동조합(이하 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KBS본부(이하 새노조)는 총력투쟁 결의 대회, 1인 피켓 시위, 성명서 발표를 통해 길 사장의 사퇴를 더욱 압박했다.

길환영 사장은 이날 오전 사내 방송을 통해 발표한 특별 담화문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주장한 '청와대, KBS 사장의 보도 개입설', '청와대의 인사 개입설', '개인 비리 의혹'을 왜곡·과장된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과 폭력에는 절대 사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작 거부에 들어간 KBS 기자협회와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간 양대 노조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새노조는 이날 오후 4시 '길환영의 거짓말 담화, 이제는 파국이다'는 성명을 내고 길 사장의 담화문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새노조는 '뉴스에 대한 언급이 시청자 입장에서 의견 제시한 것이었고 보도국장이 부담 느낄 것이라고 헤아리지 못했다'는 길 사장의 말에 대해 "KBS에서 30년을 재직했고 사장까지 된 사람이 보도국장에게 한 말이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낸 것이라고 둘러대는 것은 KBS인과 국민을 우롱하는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뉴스9'의 20~30분대 뉴스는 지역에 방송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 관련 뉴스를 20분 이내에 방영하라고 지시했다는 길 사장의 말에 대해 "로컬뉴스 시간은 40분대다. 20분대나 30분대 방송되더라도 전 국민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빠른 실종자 수색을 위해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했다'는 길 사장의 말에 대해 "오히려 해경에 대한 강한 비판 보도가 수색과 구조를 더욱 독려하는 것이라는 점은 방송 1년 차만 되도 아는 일"이라고 맞섰다.

이어 "투쟁의 목적은 파업이 아니다"며 "파업을 원치 않는다면 즉시 사퇴하라. 사퇴한다면 우리도 파업 찬반 투표를 즉각 중단하겠다"고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KBS 기자협회 소속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KBS 기자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길환영 KBS 사장이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제작 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왼쪽부터)조일수 기자협회장, 박유한 뉴스광장 앵커, 최문종 주말뉴스9 앵커, 이영현 뉴스라인 앵커 2014.5.21/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figure>KBS 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계단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길환영의 특별담화문을 언급하며 "(길 사장이) 오해였다. 오비이락 격이었다는 변명을 했다"며 "사장은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어 "길환영 사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순수하지 못한 보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도대체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KBS 보도를 유린해 온 사람은 누구인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KBS 기자협회 소속 회원인 박유한 뉴스광장 앵커, 최문종 주말뉴스9 앵커, 이영현 뉴스라인 앵커는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KBS 노조도 이날 정오 KBS 본관에서 전국 동시 실국총회를 열고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KBS 노조 관계자는 길 사장의 담화에 대해 "대부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잠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한 말이며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KBS 노조는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하기 위해 길 사장 직무정지 가처분 서류를 만들고 있다. 감사원에 대한 감사 청구를 위해 300명의 서명도 받고 있다.

KBS 양대 노조는 이날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KBS 노조 관계자는 "27일 총파업 찬반 투표가 끝나는 날 바로 투표 결과를 확인 할 것"이라며 "총파업 시기에 대해서 새노조와 협의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후 4시에는 KBS 이사회가 임시이사회를 열고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출한 길 사장 해임 제청안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letit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