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제철 딸기의 매력'
(서울=뉴스1) 전호제 셰프 = 7년 전 제주의 카페에서 주스는 재료가 제일 중요했다. 매일 근처 농가에서 새벽에 딸기를 받았다. 신선하고 달아서 재료 자체로 특별히 꾸밀 일도 없이 판매가 잘되었다.
바로 씻어서 딸기주스로 즉석에서 갈아서 판매했다. 약간의 생수로 농도만 맞추었다.
여행의 목적지로 바닷가 근처 우리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시원한 딸기주스와 케이크로 당을 보충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곤 했다.
그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일 딸기를 받았다. 마지막 딸기를 받던 날에는 평소보다 잘디잘은 딸기로 박스가 채워져 있었다. 딸기는 날이 더워지면 당도도 떨어지고 물러진다고 했다.
그해 마지막 딸기를 보니 어릴 적 먹던 밭딸기 생각이 났다. 밭딸기는 비닐하우스 없이 자연 기후에서 기르는 딸기를 말한다. 처음 크게 나오던 딸기는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로 시장에 나왔다. 보통 끝물 딸기라고 했다.
제주에 처음으로 거주하던 곳은 유명한 딸기 산지였다. 제주시 아라동은 제주항에서 구도시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네이다. 이곳에는 노지 딸기밭이 많이 있었다. 딸기밭 주변이 점점 주택단지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딸기밭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전국에서 밭딸기를 키우는 지역은 제주 아라동과 전남 담양 두 군데만 남았다고 한다. 자연 기후에서 키우는 딸기는 산미와 당도가 적절하게 조화롭다고들 한다.
그러나 딸기 제철은 겨울로 변한 지 오래이다. 추워야 단맛이 나는 딸기 특성 때문이다. 딸기가 사계절 나오는 요즘 아이들에겐 특별한 느낌이 없을 것 같다.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봄에서 초여름이 딸기 철로 각인되어 있다. 지금보다는 늦은 1월 첫 딸기가 나오고 마지막은 4월 정도였다. 마지막 딸기는 항상 쨈을 한 냄비 끓이곤 했었다.
당시엔 용기에 포장되어 있지 않고 비닐봉지에 하나씩 담아주곤 했다. 맨 아래 깔려 있던 것들은 쉽게 물러졌다. 집으로 가져온 딸기를 조심스럽게 씻다 보면 뭉그러진 딸기에서 더 진한 향이 나왔다.
요즘 나오는 딸기는 표면은 단단하여 쉽게 무르지 않는다. 크기와 맛도 일정하다. 다만 예전 딸기의 향은 아직 내 코끝에서 더 강했던 것 같다.
하얀색 딸기, 아이 주먹만 한 딸기처럼 진귀한 딸기도 마트에 진열되어 있다. 맛도 감탄할 정도이지만 예전 향기 가득한 나만의 제철 딸기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아마도 꽃이 피던 계절이라 같이 나오던 딸기라 그랬을까. 딸기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봉지 안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맡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주에 첫 딸기를 맛보았다. 여러분도 딸기로 당 보충하고 복잡한 올해 기억을 탈탈 털어내시길 바란다. 우리에겐 다음 목적지인 내년이 있지 않은가.
shef73@daum.net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