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우리가 선택하는 단맛, 설탕'
(서울=뉴스1) 전호제 셰프 = 탄두리 화덕에 숯불을 붙이는 걸 본 적이 있다. 가스토치로 불을 붙이다가 불이 살짝 죽어가자 설탕 한 줌을 뿌려준다. 잠깐의 순간에 불이 확 살아난다. 설탕을 저렇게 사용할 수 있구나 싶었다.
설탕은 숯불에 불을 붙여 주기도 하지만 매일 우리가 먹는 음식의 맛을 한층 나아지게 해준다. 새콤한 식초나 씁쓸한 머스타드에는 매실청이나 꿀처럼 단맛이 적절히 첨가되어야 제맛이 난다. 김치를 담가보면 설탕이 매운맛과 짠맛의 균형을 잡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걸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검진을 통해 의사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간을 덜 한 빵, 과일, 야채와 계란으로 매일 아침을 해결한지 2년정도 되었다. 그래도 저녁은 김치 등 한식 위주로 식사를 한다. 한끼를 이렇게 바꾸어 보니 내가 필요 이상으로 달게 먹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초여름이 되니 입맛도 살릴 겸 돌게장을 주문한 적이 있었다. 손바닥 절반 크기의 돌게들이 간장 안에 들어가 있었다. 기대하던 소스 맛을 보니 깜짝 놀랄 만큼 달았다. 확인차 두세번 더 맛을 보니 강한 단맛이 부담스러웠다. 게장 소스를 빼고 먹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비싸진 오징어젓갈은 내 입맛에는 마치 디저트처럼 달았다. 아마도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달게 숙성이 된 듯 느껴졌다. 보통 5~7%의 당류가 들어간다고 한다.
내 입맛이 유별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게장이나 젓갈이 유독 달달했을 수도 있겠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아침 한 끼를 덜 자극적인 메뉴로 시작하니 전반적인 내 식단도 서서히 저당 식사로 전환이 되는 것 같다.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는 것처럼 보인다. 거의 모든 음료에 제로, 다이어트가 들어간 선택이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손님들도 대부분 제로류의 음료를 선택한다. 음료뿐만이 아니라 설탕을 사용하지 않은 양념치킨도 출시된다고 하니 이 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설탕을 넣어 음식을 더 먹을만하게 만드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내가 만드는 쌀국수 국물의 맛을 내는데도 소량의 설탕이 들어간다. 향신료와 고깃국물의 조합을 위해 설탕이 필수적이다.
이탈리아의 파스타에 들어가는 토마토소스의 경우도 새콤한 토마토가 우리 입에 맞게 하려면 어느 정도 단맛이 꼭 들어가야 한다. 양파를 볶아 넣어 자연적인 단맛만으로는 역부족인 셈이다.
뼈를 우려낸 담백한 국밥은 어떤가? 국밥과 곁들이는 깍두기 김치는 훨씬 달달한 맛으로 먹게 된다. 그래야 마지막 한입까지 맛나게 먹게 되니 말이다.
잘 조화된 음식은 단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좋은 맛을 낸다. 단지 짠맛을 가리는 데 사용되는 설탕은 과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니 양을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소스도 주재료의 양에 알맞게 찍어 먹고, 국물은 항상 필요보다 많이 주는 경우가 많으니 과하게 섭취하지 않는 습관도 지녀보면 어떨까?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몸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전문가의 조언이나 검색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 설탕을 줄여야 하는 분들은 자신이 먹는 식단을 기록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는 음식의 맛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설탕은 맛을 살리는데 어떤 재료보다 중요하고 좋은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맞는 양을 정하여 맛과 건강을 모두 놓치지 않는 여름을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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