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고문서 복원 전문가 "한지, 세계유산 가치 충분…적극 도울 것"

마리아 레티치아 전 이탈리아 익팔 소장 간담회
"가치 큰 기록물 어김없이 한지로 복원, 대체 불가"

마리아 레티치아 전 이탈리아 국립도서기록물병리중앙연구소장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한국문화원에서 한지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체부 제공.

(로마=뉴스1) 김일창 기자 = 로마제국부터 르네상스까지 유물이 차고 넘치는 이탈리아에서 고문서를 복원할 때 사용하는 인증받은 종이 종류가 단 하나 있다. 바로 우리의 '한지'.

양국 정부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이탈리아로 건너간 한지는 이탈리아 고문서 복원가에게 '유레카'를 외치게 했다. 기존에 주로 쓰던 일본의 종이보다 섬유가 길고 변색·변형이 적어 복원에 이만한 종이가 없단 걸 발견하면서다. 지금은 매우 중요한 고문서의 복원 작업에 어김없이 한지가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물량'이 문제다. 마리아 레티치아 전 국립도서기록물병리중앙연구소(ICPAL) 소장은 최근 이탈리아 로마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지가 복원에 굉장히 만족스러운 종이지만 물량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소에서 퇴직한 레티치아 씨는 복원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협회에서 여전히 고문서 보존·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고문서 복원 전문가 중의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한지 물량에 대해 "우리는 한국 정부와 협업해서 한지를 공급받기에 문제는 없다"며 "다만 다른 여러 연구소는 한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탈리아가 공식 인증한 한지 외에 다른 한지나 다른 나라의 종이를 사용할 수 있단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레티치아 씨가 익팔 소장으로 있을 당시 익팔은 다섯 종류(경남 의령 한지장 신현세 제작 한지 세 종류, 전북 전주 최성일 성일한지 대표 제작 한지 두 종류)의 한지를 이탈리아 고문서 보존·복원에 적합하다고 인증했다. 그는 "익팔이 제일 오래된 복원연구소라서 저희가 인증하지 않은 종이를 사용하는 곳은 복원 기록물에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다른 기관에도 한지를 사용하도록 공급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티치아 씨는 한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평생 여러 종이를 연구한 저로서는 묶음 작업과 그림이 들어간 기록물 등을 복원하는데 한지만큼 좋은 종이가 없기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다"며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금까지 교황 요한23세의 지구본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 노트,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적힌 종이, 6세기 비잔틴 시대 로사노 복음서, 17세기 화가 피에트로 다 카르토나의 작품 등을 한지로 복원했다.

레티치아 씨는 "익팔에서는 역사 기록물로 가치가 높지 않으면 복원하지 않는다"며 "한지가 사용되는 복원물은 가치가 굉장히 높다는 걸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2016 한-이탈리아 한지 학술 심포지엄이 12일 오후 대전컨벤션센터(DCC) 1층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이탈리아에서 온 넬라포지(Nella Poggi) 종이 보존 전문가가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보존처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16.7.12/뉴스1 ⓒ News1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