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원 쓰고 1억원 배상"…경복궁 낙서범들의 최후(종합)
장비 임차료 등 2153만원에 인건비 합해 약 1억원…"실형 선고에도 최선"
손해배상 청구, 문화재보호법 개정 후 첫 사례…경복궁 담장 복구·공개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스프레이 '낙서'를 당한 경복궁 담장이 19일만에 깨끗한 모습으로 복구돼 4일 일반에 공개됐다. 낙서 혐의자들에게는 약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 손해배상이 이뤄지면 지난 2020년 문화재보호법 개정 이후 첫 사례가 된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국가유산 훼손 재발방지 종합대책 언론설명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2월16일(1차)과 17일(2차) 경복궁을 둘러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 궁장(궁궐담장)과 영추문에서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됐다. 1차 낙서자는 10대 남성, 2차 낙서자는 20대 남성으로, 1차 낙서자는 소년범이란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나, 2차 낙서자는 구속송치된 상황이다. 1차 낙서자는 2000원짜리 스프레이 두 통을 사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낙서 발견 이후 같은달 16일부터 20일까지, 26일부터 28일까지 두 번에 걸쳐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와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의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들을 동원해 복구 작업에 나섰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투입 인원은 29.3명이다.
이들은 레이저 세척기와 스팀 세척기, 블라스팅 장비 등 전문장비를 동원해 총 5일간 스프레이 지우기에 나섰다. 이 기간 장비 임차료는 총 94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외 방한장갑과 정화통, 방진복 등 소모품 비용으로 1207만원이 들었다. 두 비용을 합하면 총 2153만원이다.
여기에 복구에 투입된 인원의 인건비를 합하면 총 복구비용은 약 1억원이 될 것이라는 게 문화재청의 추산이다. 문화재청은 현재 80%의 복구율을 100%로 마무리한 후 전체 복구비용을 산정해 감정평가 전문기관에 의뢰, 감정 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10대 낙서자에게도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진다. 문화재청의 법리 검토 결과 10대에게도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다만, 변상할 능력이 없는 경우 그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손해배상 청구는 2020년 문화재보호법 개정 이후 첫 사례다. 이전에는 복구 명령을 내리거나 형사처벌이 주를 이뤘다. 지난 2017년 9월 울산 울주군 언양읍성 성벽에 스프레이 낙서를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성벽 복원비용에 약 2700만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영추문 쪽과 고궁박물관 쪽 복구비용을 따로 집계한 후 각 낙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며 "이번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문화재 훼손에 대한 문화재청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유사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피의자들에게 문화재보호법 제92조제1항에 따른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나올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완벽한 보존을 위한 작업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응급복구 위주의 작업을 진행한 상황으로, 담장의 표면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거친 후 보존처리 작업을 최종 완료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설명회가 끝난 직후 영추문으로 이동해 낙서를 제거하는 방법을 공개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이태종 학예사는 레이저를 이용해 낙서를 지우면서 "지난달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등 한파로 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추문 주변은 육축(큰 돌로 만든 구조물) 구조로 전체적으로 석재의 상태가 평편해 미세 블라스팅 방법을 적용했고, 박물관 쪽문 주변 담장은 양쪽의 상태가 달라 보존처리 방법을 달리했다고 전했다.
박물관 좌측 담장은 전체적인 석재의 상태가 좋지 않아 레이저 클리닝으로 반복 작업하고 모터툴로 마무리했다. 우측 담장은 상대적으로 석재의 상태는 양호했으나 낙서 범위가 광범위해 화학적 방법과 물리적 방법(레이저 클리닝, 에어툴, 모터툴 등)을 병행하고 색맞춤 등을 진행해 1단계 보존처리를 완료했다.
문화재청은 향후 담장의 표면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석재 표면의 변화 상태와 색맞춤 변화 정도를 고려해 2단계 보존 처리 작업을 마저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내놨다. 먼저 연내로 야간시간대 경복궁 순찰을 8회로 확대하고, 외곽담장의 폐쇄회로(CC)TV 20대를 추가 설치한다.
또 전국적으로 다음 달까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낙서 등 훼손에 취약한 국가유산과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을 파악해 4월까지 광역시·도에서 운영 중인 국가유산 돌봄사업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위적 훼손을 조기에 인지하고 자동알람 및 경고방송과 현장출동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지능형 CCTV가 추가로 필요한 국가유산을 파악해 일부 설치할 예정이다.
보호 취약지역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광역시·도에서 국가유산 돌봄사업을 통해 매월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돌봄사업의 점검 인력을 올해 대비 25%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 국가유산 안전경비원을 대상으로 훼손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동대응을 위한 방재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관리 사각지대 순찰 및 훼손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증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가유산의 재질과 오염물 성분에 따라 맞춤형 보존처리 기술의 신속한 적용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낙서 등 오염물 제거방법의 현장 적용을 위한 실용화된 기술과 매뉴얼 등을 작성해 지자체와 보존처리 관계자 등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가유산 훼손이 발생하면 적극적인 신고가 가능하도록 문화재청 누리집과 국가유산 훼손신고 전화 운영을 통한 국민신고제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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