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연 시인 시집 '연을 심다' 출간
- 김형택 기자
(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우정연 시인의 시집 ‘연을 심다’가 출간됐다.
시집 ‘연을 심다’는 홍매화의 만개를 묘파한 시다. 홍매화가 아니라, 벚꽃이라고 해도 좋다. 시인은 이것을 소신공양으로 비유한다. 불 속에 스스로 몸을 태워 자신의 몸을 바치는 것. 불교에서는 가장 극단적인 죽음이다. 홍매화, 벚꽃 등의 모든 꽃은 마침내 지고 만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꽃들의 낙화는 불교적 죽음의 비극적 황홀처럼 느껴진다. 홀로 앉아서 자신의 몸에 불을 사르는 고승의 고행의 상처럼 말이다.
이 고행의 상에는 인간의 비애 및 고독마저 초월한다. 꽃의 피고 짐을 불꽃 속에서의 죽음으로 비유한 것을 보면, 낙화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죽음 중에서도 가장 덜 고독한 죽음, 가장 덜 비애적인 죽음, 아니 무(無)로 회귀하는 우주적 죽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바슐라르는 자신의 저서 ‘불의 정신분석’에서 사람들에게 불이 모든 것을 정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보았다. 주지하듯이 불은 빛을 뿜어낸다. 그에 의하면, 불빛이 하나의 상징인 동시에 순수성을 대리하는 물질이다. 이 물질적 상상력은 사람들을 생각의 심연으로 빠지게 한다. 불이 빛을 발할 때, 사람들은 난로의 불 가에 앉아 고독하게 사색에 잠긴다.
우정연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때론 울음을 건너듯 말을 지켜야 할 때가 있다. 긴 겨울 입을 다물어 그 견딤 연초록빛 눈으로 온다. 시멘트 바닥에서도 씨앗이었던 그들, 오래 물기 젖어 촉촉하니 외길로 걸어온 삶의 출구다. 거친 바람도 기다림의 다른 몸짓이라 결코, 흔들거리지 않았다."
우정연 시인은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2013년 ‘불교문예’ 가을호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송광사 가는 길’ ‘자작나무 애인’이 있고, 제7회 불교문예 작가상을 받았다.
우정연 지음/ 황금알 펴냄/ 128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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