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수상…K-문학 격상의 한 해 [2024 총결산-출판]
한강 등 한국 작가들 잇따른 국제 문학상 수상
전 세계 곳곳서 '韓문학 행사' 개최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24년 대한민국 출판·문학계는 그야말로 빛났다.
수년 전부터 한국 작가들의 잇따른 국제 문학상 최종 후보 선정과 수상으로 한국 문학은 격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침내 한강이 한국 및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K-컬처 속에 이제 한국 문학도 당당히 주력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출판계도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수를 만끽하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한강의 전 작품이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0위 내에 오르며 출판시장 활성화도 견인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40번째 국가가 됐다. 또한 한강은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의 수상자이기도 했다.
지난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아스트디르 비딩 노벨 재단 이사장은 시상식의 포문을 열며 한강에 대해 "올해 노벨문학상 주인공인 한강 작가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깊이 탐구했다"며 "깊은 심연이 항상 변화에 대한 갈망만큼 가까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문학계는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 문학의 가치와 위상을 재발견하고 세계적 수준의 반열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그간 저평가됐던 한국 문학의 성과를 확실히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며 "노벨상이 한국 민주주의 운동사의 인류사적, 문화사적 가치와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문정희 한국문학관 관장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은 한국 문학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 믿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잘 모르는 우리 문학의 수준과 가치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이번 수상으로) 우리 작가들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확장될 것"이라며 "케이(K) 드라마나 K-팝뿐만 아니라 진짜 '문화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K-문학이 세계인들에게 더 널리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국계 미국 작가인 김주혜도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2024년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받으며 주목 받았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를 살며 투쟁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렸다.
앞서 3월에는 시인 김혜순의 '날개 환상통'이 한국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혜순의 작품은 미국 문학계에서 한국 현대 시의 미학과 상징성을 널리 알리며, 한국 시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9월 재미 작가 이미리내가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삶'으로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받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최고령 탈북자 중 한 명인 이 작가의 이모할머니 고(故) 김병녀 여사의 인생을 반영한 이야기다.
문학계는 이 같은 쾌거들은 단순히 수상 작가 개인의 성취에 그치지 않고,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 문학의 세계적 진출에는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도 한몫했다. 번역원은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44개 언어권에 총 2171건의 번역·출간을 지원했다. 한강 작품의 경우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28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번역원의 지원을 받은 작품들은 최근 수년간 국제 문학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작품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3년 연속 최종 후보로 오른 정보라의' 저주토끼'(2023)와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2024)다. 이는 한국 문학의 글로벌 인지도와 수요 증가를 견인하며, 해외 출간이 더욱 활발해지는 선순환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확대에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은 '불편한 편의점'의 스페인 현지 출간을 계기로 스페인 외교부 산하 까사 아시아, 두오모 에디시오네스 출판사 등과 협력해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김호연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마드리드 행사는 시의 최대 규모 서점인 라 미스트랄(La Mistral)에서 열렸는데,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현지 독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 8월 파리올림픽 기간 중 코리아하우스 소극장에서는 '한국문화의 원천'(K-Book: The Origin of K-Culture)이란 주제로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글 없는 그림책'을 비롯한 프랑스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작품, 한국 웹소설 중 웹툰·드라마 등의 원천 콘텐츠가 된 작품 등 총 110종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10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무역협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 궁에서 '2024 프랑스 케이(K)-박람회'를 개최했다.
이 박람회에서는 한강 작가의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 번역 출간작인 '흰'과 '작별하지 않는다' 등 작품 5종을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밖에 한국 그림책 총 59종, 프랑스에 번역 출간된 한국 문학 총 36종 등 총 100종을 현지에서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선정 직후 주영한국문화원은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영국 최대 서점 중 하나인 '포일스'(Foyles) 채링크로스 본점에서 '한국 문화의 달'(Korean Culture Month)을 개최하며 '한강 특별 코너'를 함께 열어 현지인들을 사로잡았다.
한편,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K-아동도서가 세계로 비상하는 저변을 확대했다. 16개국 170여 출판사 참여한 이 행사는 국내외 아동 전문 출판사와 단체 등 총 16개국 193개 사(국내 136곳, 해외 57곳), 작가와 연사 118명(국내 107명, 해외 11명) 등이 참여해 도서 전시와 강연·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150여 개 부대 프로그램을 진행해 K-그림책의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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