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다양한 시대에 1명만 뽑는건 문제…림문학상 만든 이유는"
19일 '제1회 림LIM 문학상 수상작품집' 기자간담회
수상 작가들 "앞으로도 용기 내서 계속 소설 쓸 것"
- 정수영 기자
"문학적 개성이 다양한 시대에 1명만 뽑아 상을 주는 건 문제라고 봤다. 또 등단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신춘문예 등 '등단'을 통해서만 문학을 할 수 있고 작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길담. 소영현 문학평론가는 제1회 '림LIM 문학상 수상작품집'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학상의 탄생 이유와 관련해 "제도 문학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며 이같이 말했다. '림'은 숲을 뜻하는 단어로, 빽빽한 숲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를 기다린다는 마음으로 붙여졌다.
출판사 열림원이 주최하는 림문학상은 '경계 없음', '다양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응모 자격에도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연령, 등단 여부, 장르와 형식에 한계선을 긋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호응하듯, 올 7월 경기도 파주시 열림원 편집부 앞으로 총 894편의 소설 작품이 도착했다.
김병운 소설가, 소영현 문학평론가, 심완선 SF 평론가, 안윤 소설가가 심사를 맡았다. 블라인드 심사였다. 이 4인의 심사위원들은 약 한 달간 응모작 한 편 한 편을 정독하고 치열한 토론 과정을 거쳐 5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주인공은 성수진(대상), 이돌별(우수상), 고하나·이서현·장진영(가작). 이중 성수진의 단편 '눈사람들, 눈사람들'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 수상작으로 뽑혔다.
'눈사람들, 눈사람들'은 대전을 공간적 배경으로, 먹고살기 위해 낯선 곳에 도착하고 또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하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성수진 작가는 이날 이 작품에 대해 "소설 속 두 인물(수현·연지)처럼, 저도 대전에 살면서 백로를 관찰했다, 어느 날 철거공사 때문에 나무가 베어져 백로를 볼 수 없었다"며 "그것이 제게 상처가 되고 상실감을 주더라, 그때 제 마음속에서 소설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격렬한 언쟁이 오갔던" 작품은 고하나 작가의 '우주 순례'였다고 했다. SF 장르적 성격이 강한 이 소설을 놓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와 "모호한 경계가 독특한 효과를 낸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심사위원 개개인이 가진 문학관이 충돌하는 과정이었다고 소영현 평론가는 말했다.
이 다섯 작가에게 림문학상 수상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서현 작가는 "예전엔 내가 장르의 경계선에 있는 것 같아,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며 "이 상을 받으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되는구나' 위안이 됐다"고 했다.
수상 작가들이 공통으로 꺼낸 단어는 '용기'. 나이와 장르, 등단 여부의 한계를 지운 림문학상이 이들에게 준 값진 '부상(副賞)'이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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