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여기 없는데 호상(好喪)이라니…예순일곱, 고아가 됐다"

[신간] '오롯한 나의 바다'

'오롯한 나의 바다'(정미소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오롯한 나의 바다'는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 펜로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40년 넘게 일한 저자가 요양원에서 엄마를 간병하던 시간과 엄마의 죽음, 장례를 경험하며 느낀 상념과 여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40여년의 세월, 많은 죽음을 만났고 경험이 주는 객관성에 나름대로 죽음에 대해 담담해졌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엄마의 죽음 앞에선 담담할 수 없었고 편안해지자는 것은 말 그대로 욕심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고향이 강릉인 저자는 28세 되던 1984년, 유학생 남편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스물아홉에 과부가 된 엄마가 애지중지하며 키운 무남독녀였다. 강릉과 미국, 거리는 멀었지만 모녀의 관계는 돈독했다.

사선(死線)을 헤매는 환자들 돌보며 낯선 땅에서의 삶에 익숙해지던 2019년 4월, 저자는 뼈아픈 결정을 내린다. '치매' 진단을 받은 구순의 노모(老母)를 강릉 위촌리의 한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정한 것.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죄책감과 죄송스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저자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뒤 미국과 강릉을 여덟 차례 오가며 모친을 돌봤다.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어머니의 병환이 깊어지자, 예순 중반의 딸은 눈물을 삼키며 작별을 준비한다.

장례를 치른 지 1년. 여전히 어머니가 그리운 저자는 이렇게 썼다.

"엄마! 남들은 내게 이런 말을 해요, 참 호상(好喪)이라고. 그 말이 참 싫어.(…) 할머니가 될 나이에 고아가 되었지만 세상은 온통 텅 빈 느낌. 명치 끝이 아리고 마음이 켜켜이 시려."

◇오롯한 나의 바다/ 전지은 글/ 정미소/ 1만 6800원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