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밤 물들인 한강 얼굴…베스트셀러 1위 '채식주의자'

노벨 주간 맞아 스톡홀름 시내 16곳서 '노벨 위크 라이트' 행사 개막
서점 베스트셀러 10위권 내 네 작품 한강…"판매량 급증, 나도 읽어봤다"

노벨 위크 라이트 개막을 앞둔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건물 외벽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를 비롯한 여성 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으로 만든 미디어 파사드가 밤을 수놓고 있다. 2024.1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스톡홀름=뉴스1) 김일창 기자 = 제124회 노벨상 시상식을 사흘 앞둔 스웨덴 스톡홀름이 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54)으로 물들었다. 약 18시간으로 긴 스톡홀름의 겨울밤을 한 작가의 얼굴과 작품 속 문장이 물들였다면, 서점가에서는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한 작가의 책이 휩쓸며 돌풍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해가 지고 어둠이 짙어오자 스톡홀름 시청사 외벽에 조명이 스며들었다. 이날부터 15일까지 스톡홀름 시내 16곳에서 진행되는 '노벨 위크 라이트(조명)' 행사이다. 행사는 역대 수상자들의 업적에 헌정하는 뜻을 담아 스웨덴 국내외 예술가와 디자이너, 학생들이 참여해 만든 조명 작품을 선보인다.

16곳 중 중심이 되는 곳은 노벨상 시상식 당일 만찬이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사이다. 청사 외벽에는 역대 여성 노벨상 수상자 65명의 얼굴과 이 가운데 문학상을 받은 여성 작가 18명의 각 얼굴 및 작품 속 한 문장 등이 빛을 발한 가운데 올해 수상자인 한 작가의 모습도 당당하게 담겼다.

한 작가의 얼굴 옆에는 작품 '흰'에 나오는 문장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 속에 모든 것이 들었다"가 한글과 영어로 번갈아 나타났다.

'리딩 라이트'라는 제목의 이 미디어 영상 작품은 국제적인 디자인 스튜디오인 '레 아틀리에(Les Ateliers) BK'가 제작했다. 노벨재단에 따르면 제작사는 역대 여성 노벨상 수상자 65명에 대한 경의를 작품에 담았다. 9분 길이의 영상에 한 작가는 두 번 등장한다. 작품은 '노벨 위크 라이트'가 끝나는 15일까지 매일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재생된다.

노벨 위크 라이트 개막을 앞둔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거리에 설치된 '돔 아데톤' 작품에 한강 작가의 초상이 불을 밝히고 있다. 2024.1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노벨 위크 라이트 개막을 앞둔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건물 외벽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 이미지를 포함한 역대 여성 노벨상 수상자들의 모습이 어두운 밤을 수놓고 있다. 2024.1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시청사에서 다리를 건너 다다른 부두에는 '돔 아데톤'(de aderton, 숫자 18)이란 작품이 있다. 스웨덴 왕립공과대학(KTH) 건축학과에서 나무로 만든 이 작품에는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8명의 초상이 빛을 발한다. 작품명의 의미는 역대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 수의 총합과 문학상을 심사·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 18명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서점에서는 한 작가의 책이 문학 베스트셀러를 점령했다.

이날 찾은 스톡홀름 시내의 '아카데미 서점'(akademibokhandeln) 문학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1위(채식주의자)와 3위(소년이 온다), 6위(작별하지 않는다), 7위(흰) 자리에 한 작가의 책이 놓여 있었다.

별도로 마련된 책 판매대는 사람들의 시선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서점 입구 바로 옆에 놓였다. 판매대에는 한 작가의 얼굴과 함께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점, 한림원이 한 작가를 문학상에 선정한 이유가 담긴 푯말이 친절하게 걸려 있었다.

서점 직원은 "보시다시피 한 작가의 책이 우리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장식하고 있다"며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 작가의 책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네 개의 책 중에 나는 4년 전쯤 '채식주의자'를 읽었다"며 "주인공 '영혜'의 입장에서 이해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한 서점의 문학 베스트셀러 코너에 한강 작가의 네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1위는 '채식주의자'이다. 2024.12.7/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