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통제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길…작가로서 가슴 아파"(종합)
[노벨상 현장] 스웨덴 한림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
계엄, '채식주의자' 유해도서 지정, '찻잔' 의미 등에 진솔한 답변
- 김일창 기자
(스톡홀름=뉴스1) 김일창 기자 =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54)는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 '채식주의자'가 유해 도서로 지정되고 도서관에서 폐기됐던 것과 관련해서는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한 작가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작가는 6일 오후 1시(현지시각, 한국시각 6일 오후 9시)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제일 먼저 받았다.
한 작가는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분이 그랬을 텐데 (저도) 충격을 많이 받았고,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어서 계속 뉴스를 보면서 지내고 있다"며 "그날 밤 모두 그러셨을 것처럼 저도 충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서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관해 공부했는데,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반복한 후 "이번 겨울의 상황이 (과거와)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되어서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단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장갑차를 멈추려고 애쓰시던 분도 보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는 모습도 보았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써보려는 사람들 모습도 보았다"며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지던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또 "젊은 경찰분들, 젊은 군인분들 태도도 인상 깊었다"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 입장에서는 소극적이었겠지만 보편적 관점에서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채식주의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먼저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를 굉장히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분들이 많고, 오해도 많이 받는데 이젠 이것이 이 책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며 유독 한국에서 이런 논란이 있단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작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여러 피해를 봤다. 2014년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를 썼다는 이유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세종도서 선정·보급 사업 3차 심사에서 '사상적 편향성'이 지적돼 탈락한 게 대표적이다.
또 지난 2022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경기 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폐기된 도서 2528권에 '채식주의자'가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한 작가는 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기념식에서 노벨 박물관에 소장품 '찻잔'을 기증했다. '찻잔'이 갖는 의미에 관한 질문에 그는 "저에게 가장 친밀한 사물이어서 그랬다. 너무 거창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단순하고, 그냥 조용하게 한마디 건넨 느낌이 좋아서 그렇게 한 거였다"고 답했다.
한 작가는 간담회 마지막을 '희망'으로 장식했다. 그는 "요즘은 얼마 전부터, 몇 달 전부터 아니면 그 전부터일지도 모르겠는데, 희망이 있을 거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작가는 7일 오후 5시(한국시각 8일 오전 1시) 옛 스톡홀름 증권거래소(Stock Exchange Building, 현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Nobel Prize lecture in literature)을 한다. 한 작가의 연설은 노벨재단 유튜브 등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 된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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