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말하는 '채식주의자' 읽는 법…"뭐가 더 이상한가?"
[노벨상 현장] 노벨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수많은 질문으로 가득 찬 소설"
'신뢰할 수 없는 화자'란 문학적 장치…"'영혜' 아주 제정신인 존재일 수도"
- 김일창 기자
(스톡홀름=뉴스1) 김일창 기자 = 한강의 작품 중 독자들이 가장 어렵다고 꼽는 '채식주의자'는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까. 작가가 '채식주의자' 독서법을 안내했다.
한 작가는 6일 오후 1시(현지시각, 한국시각 6일 오후 9시)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해 "수많은 질문으로 가득 찬 소설"이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제목부터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한 작가는 "이 소설은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주인공이 말하는 부분은 없다"며 "앞에 약간 악몽의 독백 정도가 나오고 나머지는 철저히 이 인물이 대상화돼 그려진다. 오해받고, 혐오 받고, 욕망 되고, 동정받고 그런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한 객체로서 다뤄지는, 이 구조 자체가 책의 주제를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란 문학적 장치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한 작가는 "첫 번째 장, 두 번째 장, 세 번째 장의 화자 모두가 신뢰할 수 없다"며 "그렇게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이야기를 할 때 계속해서 문장마다 아이러니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읽으시면 더 흥미롭게 읽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이 이 세계에서 완벽하게 폭력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다루고 있다"며 "그래서 어떤 사람이 정말로 완벽하게 폭력을 거부한다고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그를 둘러싼 세계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더듬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뭐가 정상이고, 무엇이 광기인가 하는 문제도 있는데 아마도 신뢰할 수 없는 화자들 입장을 따라서 소설을 읽어가는 사람들이 '정말 이상한 여자야, 정말 이상한 인물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그런데 누가 더 이상하지? 이 여자를 둘러싼 세계가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그냥 고기를 안 먹겠다고 한 건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궁금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이 소설에서 가족들이 영혜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장면이 제일 중요하다"며 "어떻게 보면 영혜의 우주 속에서 영혜는 제정신, 아주 제정신인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 작가는 "이 인물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서 인류의 일원이 더 이상 되지 않기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간다"며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이 세상의 폭력이 더 이상할 수 있단 것"이라고 덧붙였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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