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증품 '작은 찻잔'…"조용히 건네는 한마디" [노벨상 현장]
노벨박물관에 수상자 기념품 전달…메모에 소개한 '몇 개의 루틴'
한강 "저에게 가장 친밀한 사물, 너무 거창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 김일창 기자
(스톡홀름=뉴스1) 김일창 기자 = 작가 한강(54)의 글과 기증품은 소박했다.
한 작가는 6일 오전(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 박물관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들의 소장품 전달식에서 작은 찻잔과 함께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메시지의 제목은 '작은 찻잔'이다. 한 작가는 메시지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동안 몇 개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세 가지를 적었다.
첫 번째는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이다. 두 번째로 적은 것은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 번 이상 걷기'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주전자에 홍차 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 잔씩만 마시기'이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루에 예닐곱 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고 끝맺음했다.
한 작가는 오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글과 찻잔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 가장 친밀한 사물이어서 그랬다. 너무 거창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그러면서 "그런게 좋았어요. 단순하고, 그런 것이 그냥 조용하게 한마디 건넨 느낌이 좋아서 그렇게 한 거였다"며 "찻잔이 뭔가 저를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 같은 거여서, 저의 글쓰기의 아주 친밀한 부분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기증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제가 작가 활동한 게 올해가 꼭 31년 되는 겨울"이라며 "메모에 쓴 것처럼 항상 그런 루틴을 지키고 살았다고 하면 아주 큰 거짓말이고, 대부분은 방황하고, '무슨 소설 쓰지' 고민하고, 소설이 잘 안 써져서 덮어놓고, 그냥 걷고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 찻잔을 사용할 때는 열심히 했다"며 "그래서 가장 열심히 했던 때에 저의 사물을 기증한 것이다"라고 했다.
한 작가는 소장품 전달과 함께 검은 의자 아랫면에 서명하기도 했다. 전달한 메모와 찻잔, 의자는 박물관에 전시된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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