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 유해 도서 선정, 작가로서 가슴 아파" [노벨상 현장]

노벨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스페인에선 고등학생이 주는 상 받아"
한 작가, 박근혜정부서 블랙리스트 올라 피해…"이것이 이 책의 운명"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4.1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스톡홀름=뉴스1) 김일창 기자 =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54)는 자신의 책 '채식주의자'가 유해 도서로 지정되는 등 일각의 논란에 대해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한 작가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작가는 6일 오후 1시(현지시각, 한국시각 6일 오후 9시)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채식주의자'가 유해 도서로 낙인찍히고, 일부 학부모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 작가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를 굉장히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분들이 많고, 오해도 많이 받는데 이젠 이것이 이 책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그러면서 스페인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2019년에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채식주의자'가 받은 적이 있다"며 "스페인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들이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읽히고, 학생들이 오랜 시간 토론해서 이 소설이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스페인어로 책을 번역하신 윤선미 선생님과 함께 산티아고에 가서 학생들이 토론하고, 시상식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 참여했는데 굉장히 감명 깊었다"며 "그때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을 생각해 봤는데, 문화 차이도 있고 해서 우리 중고생들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여러 피해를 본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를 썼다는 이유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세종도서 선정·보급 사업 3차 심사에서 '사상적 편향성'이 지적돼 탈락한 게 대표적이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