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용 "번역원, 한강 작가에 9.2억원 투입…K문학 위상 높일 것"
11일 전수용 번역원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비전'도 밝혀
- 정수영 기자
"우리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이 한강 작가에게 상당한 지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총 9억2000만 원이 투입됐죠. 한강 작가의 작품 총 76종을 28개 언어로 번역·출판하는 데 8억5000만 원, 작가 교류 프로그램 등에 파견하는 데 7000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전수용(70) 번역원장은 11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100일에 대한 소회를 묻자, 번역원이 한강 작가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전 원장은 그러면서 "우리 번역원이 한국 작가들을 세계적인 무대에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번역원 역할이 단순히 작품을 번역하고 출판하는 것을 넘어 한국문학의 깊이와 매력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교두보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번역원은 이를 위해 ▲한국문학 해외 담론 형성 ▲글로벌 문학 네트워크 강화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이뤄 나가겠다고 했다.
전 원장은 먼저 해외 담론 형성과 관련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한국문학에 대한 '담론 형성'이 굉장히 중요해졌다"면서 "한국문학 포럼 개최 등을 통해 학문적 기반을 강화하고 대중적 차원에선 글·영상 형태로 한국문학 리뷰 대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전 원장은 케이(K) 문학이 세계문학의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국제적 네트워크의 구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번역원은 서울국제작가축제를 중심으로 국내외 작가·번역가·출판인이 서로 교류하는 국제 문학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다.
그는 번역원의 숙원인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계획도 밝혔다. 번역원은 사실 2008년부터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아카데미는 비학위과정이기 때문에 원어민 학생들이 수료 후 번역가나 에이전트 등 전문인력으로 진로 설계를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전 원장은 "번역아카데미를 대학원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격상해 석·박사 과정에 준하는 정식 학위를 제공하겠다"며 "이렇게 되면 학위를 받은 원어민 졸업생이 졸업 후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문학 교수, 번역가 등 친한(親韓) 인사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번역원은 그동안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추진을 해왔으나, 법적 제약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전 원장은 "지금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라며 "과거에도 두 번이나 법안이 제출됐지만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학진흥법' 개정을 통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전수용 원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계기로 한국문학 번역이 더 중요해졌고, 팽창하는 수요를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이 일(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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