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엿보기…어쩌면 지금 우리 가족 이야기가 아닐까?"

[신간] '이상한 나라의 흰토끼 부인'

'이상한 나라의 흰토끼 부인'(책빛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65년 탄생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언제나 회중시계를 보며 바쁘게 다니던 흰토끼가 등장한다. 이 흰토끼에게 부인과 아이들이 있다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프랑스의 질 바슐레 작가는 원작에서 보이지 않았던 흰토끼 부인을 주인공으로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펼친다. 여섯 아이의 어머니인 흰토끼 부인의 일기를 통해 루이스 캐럴이 살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의 역할을 조명한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하에 산업혁명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사회적 억압과 계급 간의 갈등으로 혼란을 잘 보여준다.

여섯 아이의 어머니인 흰토끼 부인은 혼자 떠맡은 자녀 양육과 집안일에 모든 시간을 바치며 바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흰토끼 부인은 일기장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써 내려간다. 모델이 되겠다며 통 먹지 않아서 걱정인 맏이 베아트리체, 장난꾸러기 쌍둥이 길버트와 조지, 새 학교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베티, 엉뚱하고 고집 센 엘리엇, 하루 종일 울어대는 막내 에밀리, 몸이 투명한 체셔 고양이, 몸집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여자아이 이야기를 들려준 다음, 늘 궁전 일로 바쁜 남편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작가는 유머러스한 상상력과 세밀한 묘사로 루이스 캐럴의 작품 세계를 깊이 탐색하고 즐거운 발견의 기회를 선물한다. 베티의 교실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그림 작가 존 테니얼과 하트 여왕의 초상화와 무시무시한 괴물 재버워키도 발견할 수 있다.

이야기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에 무심했던 남편이 뒤늦게 아내의 일기장을 발견항 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은 생일 케이크를 전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 이상한 나라는 옛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 가족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 이상한 나라의 흰토끼 부인/ 질 바슐레 글/ 나선희 옮김/ 책빛/ 1만 6000원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