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문학상 佛 실비 제르맹 "번역된 韓작품 부족해 안타까워"(종합)
23일 '박경리문학상 수상' 실비 제르맹 기자간담회
"현시대는 절망적…프랑스 사람들도 책 안 읽어"
- 정수영 기자
"이 상(박경리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제가 시를 좋아해 한국 시집을 찾아봤는데, 프랑스어로 번역된 작품 수가 적고, 번역 품질과 내용도 미약한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실비 제르맹(70)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3회 박경리문학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문학 번역량의 부족과 번역의 질(質)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프랑스에 소개된 한국 문학 작품 자체가 아주 적다"며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선 정말 많은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985년 첫 장편소설 '밤의 책'으로 등단한 실비 제르맹은 이 작품으로 6개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이후 '호박색 밤'(1986), '분노의 날들'(1989),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1992), '빛의 아틀리에'(2004) 등을 펴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창조적인 서사 전개와 시적인 문체로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작가에게 만장일치로 제13회 박경리문학상을 안긴 심사위원단은 그의 작품에 대해 "전 세계 인류가 대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고통과 악의 실재를 마주하고, 동시에 생명과 희망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추적한다"고 평했다.
'밤의 책'을 비롯해 여러 작품을 통해 보불전쟁(普佛戰爭)과 알제리 전쟁 등 폭력과 광기로 점철된 시대를 심도 있게 다룬 제르맹은 중동·러우 전쟁 등 현 글로벌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절망적이죠. 인간이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폭력과 파괴가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이 노(老) 작가는 '책을 안 읽는 시대'에도 문학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사람들도 요즘 책을 별로 안 읽는다, 젊은 층은 더 심하다"며 "그럼에도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나 아직 풀지 못한 인간의 비밀, 그리고 인간의 본질은 문학을 통해서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르맹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다. "얼마 전 한국인 소설가인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아직 한강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번 수상은 한강 작가가 세계에 알려진 기회"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묻자,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제 작품을 읽어주시는 독자들이 있다면 영광이다"라며 "제 소설이 한국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지, 또 어떤 감동을 줄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제13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4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다. 실비 제르맹에게는 박경리문학상 상장과 상패, 상금 1억 원이 수여된다. 제르맹은 26일엔 원주 박경리문학관에서 '글쓰기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갖는다.
한편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문화재단이 박경리(1926~2008) 작가를 기리기 위해 전 세계 소설가를 대상으로 2011년에 제정한 문학상이다.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에게 수여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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