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휴업이어도 갑니다"…통의동 '한강 책방'이 경이로운 이유
"한강 작가의 숨결과 감성을 느끼고 싶어 왔다"
정은숙 대표 "한강 작가의 문학적 실천 고귀해"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1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책방오늘.' 주인은 돌아올 기약 없이 자리를 비웠지만, 15명 남짓한 손님은 닫힌 가게 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몇몇은 책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어떤 이들은 투명한 유리 대문을 통해 서점 내부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작은 축하 화분을 놓고 가는 여성도 눈에 띄었다.
이 서점의 주인인 한강(54)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틀 후인 12일, "당분간 책방을 쉬어갑니다, 다시 문 여는 날은 후에 공지하겠습니다"라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한강 책방을 '성지순례'하듯 찾는 시민들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온 조 모 씨(58·여)는 뉴스1에 "임시 휴업한다고 들었지만, 그분(한강 작가)의 숨결과 감성, 글씨체를 느끼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박이슬 씨(35·여)도 "문 닫혔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노벨문학상의 감동을 오래 가져가고 싶어서 찾았다"고 말했다.
이 3평 남짓한 독립서점의 주인이 한강 작가라는 사실은 이번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널리 퍼졌지만, 한강 팬들과 출판·문학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이 서점의 '단골손님' 중 한 명인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한강 작가가 '책방오늘'을 운영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고 했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을까.
"골방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분들이 '책방 운영'이라는 능동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용기를 낸 일이에요. 쉽지 않은 일이죠."
정 대표는 이어 "한강 작가님은 2018년 양재동에서 책방을 시작해 작년에 서촌(지금의 자리)으로 옮기셨다"며 "코로나19 때 3개월 정도 잠깐 문을 닫았을 뿐, '좋은 책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책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가님은 책을 직접 큐레이션하고, 노란색 메모지에 친필로 일일이 추천사를 써서 붙여놨다"면서 "글을 쓰면서 동시에 한국의 독자들과 좋은 작품을 향유하려는 그 문학적 실천이 고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메리 올리버의 '긴 호흡'(마음산책)은 한강 작가가 아버지 한승원 작가에게 선물한 책으로 알려지면서 주문이 폭주해 창고 재고가 품절, 14일 급히 재쇄에 들어갔다.
정은숙 대표는 이에 대해 "2019년에 나온 책이다, 엊그제 월요일 아침에 한 시간도 안 돼 1000부 이상의 주문이 들어와 깜짝 놀랐다"고 했다. 5년 된 구간(舊刊)은 보통 한 달 주문량이 많아 봤자 1000부가 채 안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한강의 경이로운 파워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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