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한강 100만부, 출판업계 대부흥? 하루도 못 쉰 인쇄소 직원들 생각은…
- 문영광 기자
"일이 1000% 정도 확 늘어난 상황이니까요. 한 분(한강)이 이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서울=뉴스1) 문영광 기자 = 15일 오전 경기도 파주의 천광인쇄사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인쇄하고 완제품까지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분주했다.
팔레트에 놓인 수만 장의 종이는 쉴 새 없이 인쇄기로 빨려 들어가고, 인쇄된 후 배지부를 통해 나와 쌓였다. 공장 내부는 꽤 넓은 편이었지만 한강 저서의 본문이 찍힌 종이들로 금세 가득 채워졌다.
최근 며칠 동안 '작별하지 않는다'의 하루 발주량은 최소 2만 5000건에서 최대 4만 건. 닷새 전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이곳의 인쇄기들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중이다.
인쇄를 담당하는 직원 고광진씨는 "책의 본문 페이지를 인쇄하는 1도 인쇄지만 국내에 몇 없는 최신형 인쇄기까지 동원해 찍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직원 20여 명은 주말까지 반납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철야 작업이 이뤄질 정도로 쉴 틈 없이 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육체적으로는 지칠 수 있지만 직원들은 모처럼 많아진 일거리가 반가울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접지 공정을 담당하는 직원 정수진씨는 "최근 일이 없었다가 한강 수상 이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밤 11시 반까지 일했다"며 "기분은 좋아요. 돈을 좀 벌 수 있으니까"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15일 기준 한강 작품 판매량은 100만 부(전자책 포함)를 돌파했다. 종이책 기준으로는 약 97만 2000부가 팔렸다.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10위를 모두 한강의 작품이 독점하며 책 품귀현상까지 나오는 가운데 '소년이 온다'(창비) '채식주의자'(창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오랜 불황에 시달렸던 출판·인쇄업계는 '한강 특수'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책 생산 최일선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한강이라는 작가 한 명이 업계 전체에 주는 영향을 실감하는 동시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씨는 "한강 수상 이후 출판단지 안에 있는 인쇄소들이 책을 만들어내자마자 출고하기 바쁜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출판업계 전체적으로 작가 한 분이 이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 그나마 일감이 많아지는 만큼 '한강 특수'가 더해져 풍성한 연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일부 근로자들은 "책 품귀현상이 반짝하는 게 아니라 국민적인 독서 열풍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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