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한강 100만부, 출판업계 대부흥? 하루도 못 쉰 인쇄소 직원들 생각은…

"일이 1000% 정도 확 늘어난 상황이니까요. 한 분(한강)이 이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서울=뉴스1) 문영광 기자 = 15일 오전 경기도 파주의 천광인쇄사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인쇄하고 완제품까지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분주했다.

팔레트에 놓인 수만 장의 종이는 쉴 새 없이 인쇄기로 빨려 들어가고, 인쇄된 후 배지부를 통해 나와 쌓였다. 공장 내부는 꽤 넓은 편이었지만 한강 저서의 본문이 찍힌 종이들로 금세 가득 채워졌다.

최근 며칠 동안 '작별하지 않는다'의 하루 발주량은 최소 2만 5000건에서 최대 4만 건. 닷새 전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이곳의 인쇄기들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중이다.

인쇄를 담당하는 직원 고광진씨는 "책의 본문 페이지를 인쇄하는 1도 인쇄지만 국내에 몇 없는 최신형 인쇄기까지 동원해 찍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직원 20여 명은 주말까지 반납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철야 작업이 이뤄질 정도로 쉴 틈 없이 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육체적으로는 지칠 수 있지만 직원들은 모처럼 많아진 일거리가 반가울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접지 공정을 담당하는 직원 정수진씨는 "최근 일이 없었다가 한강 수상 이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밤 11시 반까지 일했다"며 "기분은 좋아요. 돈을 좀 벌 수 있으니까"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주요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책 판매량이 계속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의 한 제본업체에서 관계자들이 제주 4.3 사건을 다룬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제본 작업을 하고 있다. 출판업계는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가 이후 주요 서점에서 한강 작가 책의 누적 판매는 이미 68만 부를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2024.10.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5일 기준 한강 작품 판매량은 100만 부(전자책 포함)를 돌파했다. 종이책 기준으로는 약 97만 2000부가 팔렸다.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10위를 모두 한강의 작품이 독점하며 책 품귀현상까지 나오는 가운데 '소년이 온다'(창비) '채식주의자'(창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오랜 불황에 시달렸던 출판·인쇄업계는 '한강 특수'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책 생산 최일선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한강이라는 작가 한 명이 업계 전체에 주는 영향을 실감하는 동시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씨는 "한강 수상 이후 출판단지 안에 있는 인쇄소들이 책을 만들어내자마자 출고하기 바쁜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출판업계 전체적으로 작가 한 분이 이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 그나마 일감이 많아지는 만큼 '한강 특수'가 더해져 풍성한 연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일부 근로자들은 "책 품귀현상이 반짝하는 게 아니라 국민적인 독서 열풍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glory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