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父' 한승원 작가 "노벨상 15분 전 알려줘…딸 소설 버릴 게 없다"

라디오 인터뷰 "당황하고 발칵 뒤집힌 느낌"
"비극을 정서적으로 아주 아름답고 슬프게 표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의 작업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0.1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는 11일 "세상이 꼭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당황했고, 실감이 안 나는 느낌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작가는 "(스웨덴 한림원이) 뜻밖의 인물을 찾아내서 수상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어서 우리 강이가 탈지도 몰라 그렇게 만에 하나 하는 생각을 가졌지만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강이가) 스웨덴으로부터 저녁 7시 50분에 전화를 받고 15분 뒤에 기사를 내보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그러면 기사 내기 15분 전에야 수상자한테 알려준 것이냐'고 묻자 한 씨는 "그런 것"이라며 "그래서 그 사람들이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을 펴낸 소설가이자 시인인 한 작가는 딸의 수상 이유에 대해 "정서, 어떤 분위기, 문장을 통한 그런 거 아닐까"라며 "한국어로선 비극이지만 그 비극은 어디다 내놔도 비극인데, 그 비극을 정서적으로 서정적으로 아주 그윽하고 아름답고 슬프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이가 (상을) 타게 된 것을 제가 살펴보니까 '채식주의자'에서부터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작가라고 이야기가 된 거 같다"며 "그다음에 '소년이 온다'가 나왔고, '작별하지 않는다', 광주 민주화운동하고 4.3사태 연결이 되면서 국가라고 하는 폭력, 세상으로부터 트라우마를 느끼는 그런 것들에다가 여린 인간에 대한 어떤 사랑 같은 거, 그런 것들이 좀 끈끈하게 묻어나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동리문학상'과 '이상문학상'(한강 작가도 수상), '순천문학상' 등을 받은 한 작가는 딸이 자신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나하고 딸하고 비교한다는 게 좀 못하지만 내가 살아온 걸 보면 직업 없이 학교 선생 그만두고 소설을 쓰면서 써서는 안 되는 그런 대중적인 소설을 많이 써서 밥벌이에 이용했다"며 "저는 어설퍼서 버리고 싶은, 내세우고 싶지 않은 저술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이 소설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며 "하나가 다 명작들"이라고 강조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