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출판계 "한강 노벨상, 저평가됐던 韓 문학가치 재발견 신호탄"(종합)

김언호 대표 "한국 민주주의 운동사의 문화사적 가치 주목"
문정희 관장 "우리 문학의 수준과 가치에 대한 자각의 계기"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한국인 소설가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 작가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이 처음이다. 사진은 작년 11월14일 열린 한강 작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 모습. (뉴스1DB)2024.10.10/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정수영 기자 = 문학·출판계는 한강(54)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 문학의 가치와 위상을 재발견하고 세계적 수준의 반열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11일 뉴스1과 통화에서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그간 저평가됐던 한국 문학의 성과를 확실히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며 기뻐했다.

김 대표는 "한강 작가 개인에게도 영광이지만, 한국 문학 자체의 위상을 높인 쾌거"라며 "특히 노벨상이 4·3사건이나 5·18 광주민주항쟁 운동 등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다룬 한강 작가의 작품 여정에 주목한 것은 노벨상이 한국 민주주의 운동사의 인류사적, 문화사적 가치와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도 맥락이 닿는다"며 "두 사람 모두 우리 민족의 아픔과 고난을 경험했으며, 한강 작가는 문학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우리 민족공동체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문정희 한국문학관 관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은 한국 문학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 믿음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무척 기쁘다"며 "노벨상이 문학의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지만, 그 상징성이나 영향력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작가가 노벨상에 근접했음은 짐작했지만, 이토록 빨리 수상이 이루어지리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는 우리가 잘 모르는 우리 문학의 수준과 가치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관장은 "한강 작가의 수상이 한국 문학에 주는 함의는 우리가 우리 문학의 위대함을 발견하고 앞으로 우리 문학의 가치를 제대로 보는 새로운 안목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현재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최 중인 '한국문학의 맥박'전의 테마가 한국 문학의 소장 자료 12만 점 중 진귀한 보석을 담은 70점의 진수를 선보이는 전시인 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한강의 연세대 국문과 1년 선배인 김별아 작가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한 작가 개인의 역량이며, 동시에 그동안 많은 문학가를 통해 한국 문학이 해외 문학계에 꾸준하게 소개된 결과"라며 "그동안 한국 작가의 수상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런 아쉬움이 일거에 해소돼 무척 기쁘다"고 전했다.

홍순철 문화평론가는 "틀림없이 국내에서 한강 작가 열풍이 불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주목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이번 수상으로) 우리 작가들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확장될 것"이라며 "케이(K) 드라마나 K-팝뿐만 아니라 진짜 '문화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K-문학이 세계인들에게 더 널리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한국의 문학계나 지성계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독자까지 한국 문학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관해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단순히 개인의 성취에 그치지 않고,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28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