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영원한 역할은 '인간' 고찰"…한강 노벨상 수상의 메시지
"한국인들, 문학의 본질 사유하고 세계문학의 향방 궁리할 것"
- 김정한 기자,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김일창 기자 = 한강(54)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세계 문학계가 앞으로 더욱 고민해야 할 문제가 '인간의 근본적인 본질'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가 지닌 '인간'에 대한 집중과 ‘인간의 존엄성’이 AI 시대를 맞고 있는 세계 문학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10일(한국시각)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를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썼다고 밝혔다.
앤더스 올슨 노벨문학상 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에서 "한강 작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수상 이유는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가 집중하는 것이 '인간' 그 자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한강 작가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늘 인간이 궁금했다"며 "인간에 대한 질문,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써 계속 글쓰기를 붙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이처럼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하는 일상, 경험, 갈등, 비애, 성찰 등을 관통하는 페르소나를 엿볼 수 있다. 1993년 '여수의 사랑'에서는 마지막 대목에 '삶은 심연 위에 쌓아 올린 판지이며, 우리는 그 위에 가면을 쓴 곡예사처럼 살고 있다'고 쓰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이 다분히 무겁고 어두운 부분을 숙명처럼 짊어지고 있다는 점은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광주'가 1980년대에 겪었던 비극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증오와 분노보다는 인간적인 연민을 가지고 더 근본적인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자 시도했다.
이러한 점은 2014년 작 '소년이 온다'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인간 역사의 보편성을 보여주며 훼손되지 말아야 할 인간성을 절박하게 복원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겼다.
노벨 문학상이 한강 작가의 '인간' 중심적 작품 지향성에 주목했다는 사실은 9일(현지시간)까지 발표된 노벨상에서 3개를 AI 연구가 수상한 것과 대조적이다. AI의 발전, 지역주의, 민족주의의 발호 속에서 '인간 존엄성' 훼손에 대해 경고하고 인간의 본질을 돌아보라는 문학계의 역할을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들의 문학에 대한 비전과 향배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관점도 주목할 만하다
출판 평론가 김성신은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의 의미에 대해 "이제 한국인들은 '변방'과 '비주류'라는 오랜 문화적 자의식에서 벗어나 비로소 문학의 본질을 사유하고 세계문학의 향방을 궁리할 것이다"며 "한국인의 문화적 태도에 전복적이고 도약적인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acene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