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잔혹하기도 선하기도"…한강 작품 관통하는 '인간 존엄'

한강 "인간에 대한 질문 던지면서 계속 글쓰기 붙들고 있어"
"인간 존엄 고민하는 것이 인간 껴안고자 하는 사랑일 수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한국인 소설가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 작가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이 처음이다. 사진은 작년 11월14일 열린 한강 작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 모습. (뉴스1DB)2024.10.10/뉴스1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10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4)이 작품에서 집중하는 것은 '인간'이다.

시작은 어릴 때부터였다. 한강은 2014년 한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늘 인간이 궁금했다"며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에서 사람들을 학살하기도, 또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아이를 목숨을 걸고 구하는 사람도 '인간'이다"고 말했다.

'인간'에 관한 궁금증이 그를 글쓰기로 이끌었다. 한강은 "인간에 대한 질문,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써 계속 글쓰기를 붙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강은 첫 작품부터 비애의 분위기를 짙게 풍겼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결손 가정이나 비참한 죽음을 과거사로 안고 있고, 발작이나 허무한 복수의 장면을 연출하면서 정처 없이 떠도는 인생들이다.

맨부커상을 받은 작품 '채식주의자'에서는 주인공 '영혜'가 어떤 꿈을 꾸고 나서 고기를 먹지 않다가 점점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다다른다.

그의 작품에서는 이처럼 주인공이 자멸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어둡고 우울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강 역시 이를 인정한다. 그는 "인간을 껴안고 싶고, 그렇지만 그게 잘 안 되고, 그렇지만 더 나아가고 싶고"라고 말했다.

한강은 작품 '희랍어 시간'에서 인간을 껴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 1980년 광주가 있었단 걸 깨달았다. 그 깨달음의 결과가 바로 작품 '소년이 온다'이다.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5.18 민주화운동 몇달 전 서울로 이사했다. 이후 명절날이면 친척들이 이 사건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들었고, 몰래 꺼내 본 사진집에서 한 여자아이의 잔혹한 얼굴을 발견한다. 한강은 증오와 분노보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은 한강이 '소년이 온다'에서 소년과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 소년의 죽음 이후 어떻게 '스스로 말라가는지'를 보여준다.

한강은 또다른 인터뷰에서 "소설 '소년이 온다'는 이전까지 썼던 소설과 달리 역사적인 사건을 다뤄 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광주가 고향인) 저에게는 개인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도 마치 한 여자의 작은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며 "애초에 우리는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분리하지 못하는 삶을 산다"고 강조했다.

'햇빛'과 '눈'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의 작품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희망' 또는 '존엄'과도 같다. 한강은 "인간의 참혹과 동시에 인간의 존엄을 들여다봤다"며 "인간의 존엄을 고민한다는 게 인간을 껴안고자 하는 사랑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