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출판계"…'K-북 약진'에 '역주행 베스트셀러'까지 [상반기 결산-출판]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24년 상반기 출판계는 종이책 수요 감소로 인한 출판시장의 위축 속에서도, 한계를 극복하고 출판 개념의 확장과 세계 출판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출판계는 한국 작품과 책에 대한 해외의 높아지는 관심을 포착하고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에 나섰다. 정부도 이를 호재로 인식하고 'K-북' 확산을 위한 정책 실행과 지원했다. 또한 서점가에서는 과거의 베스트셀러가 팬덤을 바탕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역주행했다.
◇ K-북 약진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출판물에 대한 호감도는 2018년 64.6%에서 2023년 70.3%로 상승했다. 이에 문화관광체육부(문제부)는 해외 주재 한국문화원을 거점으로 'K-북'의 해외 진출을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며 지원에 나섰다.
미국 주LA한국문화원은 지난 4월 매년 15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도서 축제에서 한국 도서를 소개하고 문화를 체험하는 부스를 운영했다. 2022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작인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 초청 강연과 책 사인회도 열었다.
같은 달 주스웨덴한국문화원은 한국그림책협회와 협력해 한국의 그림책 80여 종을 소개하는 전시를 진행했다. 주베트남한국문화원은 한국문학연극제를,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은 김혜진 작가의 '경청'을 각각 소개했다. 주필리핀한국문화원도 한-필 전래동화 낭독회를 선보였다.
해외 판권 계약 체결 성과도 있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8월 출간한 첫 번째 종이책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를 베트남, 태국, 러시아 출판사와 해외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올 1월 밝혔다.
문체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K-북의 해외시장 진출과 출판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총 78억 원을 투입해 다양한 해외 진출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대표 콘텐츠로 급성장하고 있는 웹소설에 대한 수출도 적극 지원한다.
◇ 구관이 명관
올해 상반기는 출간한 지 오래된 소설이 사랑을 받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소설 분야 30위 내에서는 발간된 지 10년이 되어가거나 훌쩍 넘은 책들이 11종이나 됐다.
'모순'(소설 1위)의 경우 1998년 출간 당시 이미 베스트셀러로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2015년에 출간한 '구의 증명'(소설 3위)은 독자들의 입소문과 추천으로 판매 역주행이 시작된 후 20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인간실격'(소설 6위), '데미안'(소설 12위), '노르웨이의 숲'(소설 23위) 등도 장기간 소설 분야 순위권 내에서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삼체 1'(소설 4위), '듄 1'(소설 24위) 등은 올해 영화 개봉과 OTT 오리지널 시리즈 원작 소설로 화제가 되면서 갑자기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케이스다.
절판된지 한참 후 다시 펴낸 재개정판들이 인기를 얻음에 따라, 출판사들의 재개정판 출간 활동은 하반기에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출협 vs 문체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문체부 간 불협화음은 올 상반기에도 지속됐다. 지난해 7월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박보균 문체부 전 장관의 서울국제도서전 타락 행태 발언과 뒤이은 경찰 수사 의뢰는 문체부의 수익금 환수 통고로 이어졌고, 출협은 이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출협은 문체부가 출판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협은 문체부가 국회에서 결정된 국고보조금 예산도 집행을 중단한 채 대화를 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체부는 출협이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해외도서전 등 국제 활동은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게 맞는다고 보고 있다.
출협은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을 상대로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재정산 확정 및 반환 통지에 대해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무효확인 및 취소)도 제기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출협 문제와 관련해서 "민간단체인 협회에 예산을 위탁해서 행사를 개최하는 일은 앞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열린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은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치르는 행사로 개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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