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어둠 속에서도 성찰 말하는 사람이 시인…정치인 시절? 마당만 쓸고 와"
14일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자간담회
- 김정한 기자
"아수라장 같은 정치판 속에서 살았던 시간 동안의 고뇌의 흔적을 시에 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성찰을 말하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도종환 시인은 14일 서울 창비 서교동 본사에서 진행된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문학가이자 정치가로서 보낸 시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도 시인은 이번 시집의 제목에 대해 "정오는 가장 따듯한 시간, 밝고 환한 시간, 생명체들이 왕성하게 생육하는 시간"이라며 "정오에서 가장 멀다는 것은 가장 어두운 시간 가장 슬픈 시간, 균형이 깨진 시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집을 출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시인은 가장 어두운, 가장 거칠고 살벌한 시간에도 죽어가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고 말한다"며 "어둠 속에서도 성찰을 말하는 사람이 시인이기 때문에 균형과 고요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도 시인은 중등 교사로 재직할 때 쓴 시집인 '접시꽃 당신'이 인기를 얻어 이름을 알렸다. 이후 시인으로 할동하다가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 뒤 21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2017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취임해 2019년 4월 퇴임했다.
도 시인은 "지난 12년간 정치판에 있으며 '너는 왜 거기 있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했다"며 "이번 시집에선 그러한 고민의 흔적을 가을 물 같이 차고 맑은 문장에 담아내려고 애썼다"고 했다.
도 시인은 오늘날 사회가 지나치게 양극화되어, 양극단 진영이 혐오와 증오와 적개심만 가득해 서로 인정도 안 하고 다른 생각을 들어보려 하지도 않는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러한 극단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이건 아니라고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시인은 지난 정치 활동에 대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으나 마당만 쓸고 왔다"며 "깨끗이 쓸어놓으면 어느새 쌓이는 먼지와 쓰레기를 이겨내지 못했지만, 문화 예술인과 영역을 위해 일하려는 사람들의 정계 진출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 시인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선 이제 다시 문학으로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고 답했다. 아울러 앞으로 '너는 왜 거기 있었는가'를 주제로 한 산문집 출간을 계획 중이라고 알렸다.
그는 "정계 입문 당시 사람들이 보낸 많은 화환 중 근조화환이 있었다"며 "이는 문학인으로서의 도종환은 끝났다는 의미였는데, 이를 버리지 않고 가꾸며 내가 죽었는지를 늘 물어본다, 이런 이야기를 산문집에 담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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