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500호 낸 창비, 반세기를 우직하게
[신간]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1975년 신경림의 '농무'가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평단의 주목과 대중의 호응을 받아온 창비시선이 500호 기념 시선집을 출간했다. 안희연·황인찬 두 시인이 이번 시선집을 엮었다.
이번 시선집은 401호부터 499호까지 각 시집에서 한 편씩을 선정했다. 두 권을 출간한 시인의 경우, 한편만을 골라 총 90편의 시가 한 권으로 묶였다.
창비시선 401호가 발간된 2010년대 중반은 한국문학에 대한 총체적인 검토와 반성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다. 창비시선은 이에 발맞춰 시가 품은 최대한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젊은 감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혈하는 등 외연 확장에 힘썼다. 이를 증명하듯 이번 시선집에 포함된 안미옥, 정현우, 최지은 등 21명은 이번 수록 작품이 첫 시집인 신예들이다.
물론 기존의 가치를 계승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김용택, 안도현, 정호승 등 기라성 같은 시인들 작품도 고루 담았다.
안희연·황인찬은 '엮은이의 말'에서 "시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세계를 우리 앞에 출현시킨다"며 "한 권의 시집을 읽는 일은 하나의 세계를 마주하는 일이므로, 시를 사랑하는 우리는 한 권의 시집을 읽으며 우리 자신조차 몰랐던 우리의 가능성을 알아차리게 된다"고 썼다.
이번 시선집은 이대흠 시인의 시 '목련'의 한 대목을 표제로 삼았다.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목련이라 해야겠다…//…그리움이 아니었다면 어찌 꽃이 폈겠냐고 그리 오래 허공으로 계시면 내가 꽃으로 울지 않겠냐고 흔들려도 봐야지//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 안희연, 황인찬 엮음/ 창비/ 1만 1000원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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