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확 시집 '부분은 전체보다 크다' 출간

(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임동확 시인의 시집 '부분은 전체보다 크다'가 출간됐다.

저자 임동확 시인이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젊은 날 그는 ‘전체는 무엇이고, 부분은 무엇이냐’는 일생일대의 화두에 붙잡힌 바가 있다고 진술한 적이 있다.

1980년 5월의 어느 날 불타오르는 광주 MBC 앞에서였다고 한다. 앞으로 함께 나아갈 땐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조직처럼 보였지만, 저자의 눈에 밟히는 건, 물러날 땐 마치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지는 성난 시위 군중을 보면서였다. 그래서 그는 “나는 과연 지금 내가 믿어 의심치 않는 역사의 진리는 무엇이고, 특히 군중들의 실체를 무엇인가란 그런 의단(疑端)에 사로잡힌 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집 제목이기도 ‘부분은 전체보다 크다’라는 저자의 무모한(?) 선언은 이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마치 ‘잔디 깎기’처럼 모든 것들을 규격화하고 평균화하는 근대적 폭력의 세계 속에서 설령 그게 잘못된 논리적 판단이나 오류로 판명될지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 시집은 그가 젊은 날 품었던 ‘전체’와 ‘부분’에 관한 오랜 물음에 대한 중간결산의 성격이 강하다. 여기서 그는 곧잘 모든 것을 넘어서고 포괄하는 상위의 보편자로 귀속되곤 하는 ‘전체’보다 크다고 믿는 그만의 고유성과 우주를 가진 ‘부분’ 또는 ‘개체’의 유일무이성과 무한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전체화할 수 없는 부분들의 동일화로 일어나는 최근의 전쟁과 같은 폭력적 비극의 사태 속에서 그의 시적 작업은 결코 공통분모로 환원할 수 없는 저마다의 심연과 높이를 노래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것이다.

안삼환 서울대 명예교수(소설가)는 "임동확은 아, 무서운 ‘자기규율의 도덕률’을 지닌 시인이다. 지금 좌절된 듯 보이는 촛불혁명으로 인하여 ‘짙은 아쉬움’과 슬픔, 분노를 느끼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 시인은 과연 무슨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운주사에 가 봐야겠다. 그리하여, ‘역사의 모든 과오와 미숙’을 이 늙은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 보리라"라고 말한다.

김미옥 서평가는 "노골적인 감성을 부끄러워하는 시인의 순수함으로 느껴 그의 진지한 문장은 마치 눈보라 치는 운동장에서 차렷 자세로 묵묵히 서 있는 학생 같다"고 평한다.

임동확 시인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시집 '매장시편'을 펴낸 이래 시집 '살아있는 날들의 비망록' '운주사 가는 길' '벽을 문으로' '처음 사랑을 느꼈다'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 '누군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와 시론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시 해설집 '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 산문집 '시는 기도다' 등을 펴낸 바 있다.

도서출판 황금알 펴냄/ 128쪽/ 1만 5000원

kh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