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수천억 가져도 마음 가난하면 불행…왜 돈에 구속되는지 쓰고자 했다"
장편소설 '황금종이'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 김정한 기자
"우리가 능력 이상의 부를 바라는 것이 비극이다. 이 소설을 통해 내 안의 '욕심의 악마'가 얼마나 큰지 알려주고 싶었다."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소설가 조정래가 20일 서울 중국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황금종이'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황금만능주의 세태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조정래는 작품 집필 배경에 대해 "재물욕은 인간의 실체를 밝히는 열쇠"라며 "자본주의가 이 세상을 지배하는 유일한 이데롤로기가 된 이 시대에 인간이 왜 돈에 구속당하는지를 소설로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정래는 '대한민국 근현대 3부작'인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우리 현대사를 알려온 작가다. 또한 장편소설 '정글만리', '꽃도 꽃이다', '천년의 질문' 등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뤄왔다.
그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황금종이'(전2권)를 출간한다. 이 작품에서는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비극의 향연이 펼쳐지며, 황금만능주의로 비인간화되어 가는 세태에 경종을 울린다.
조정래는 "마음이 가난하면 수천억을 가져도 불행하다"며 "적당한 선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면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세상을 엉망으로 만든 것은 99% 지식인들"이라며 "자기 이익을 위해 결탁했기 때문이다, 지식인들일수록 올바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소설의 주인공을 '운동권' 출신으로 설정한 것도 학생운동을 할 당시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권력욕으로 가는 오늘날 권력 집단의 행태를 꼬집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설 '황금종이'에서는 너나없이 '영혼까지 끌어당겨' 투자하고,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평생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는 김밥 할머니부터 다섯 살 아이에게 편법 증여를 하는 졸부들까지, 돈을 둘러싼 사람들의 민낯은 극과 극을 오간다. 중요한 생존 수단이되 오히려 그것이 생존을 위협하는 냉혹한 돈의 아이러니를 통해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 하는 통렬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조정래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은 초심을 잃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면서도 "하지만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에 나 역시 초심을 잃는 것을 경계하며 늘 생활과 글쓰기 작업에서 신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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