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불편한 관계, 책망도 질책도 아닌 '문제 인식'이 치유 출발
[신간] 어린 시절의 부모를 이해하는가
-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부모와 자녀 관계는 한 인간의 ‘최초의 인간관계’로, 이후에 만나는 모든 관계 형성의 기초가 된다. 친구, 선생님, 직장 동료, 상사, 연인, 배우자 그리고 자녀와의 관계 모두 이 기초에서 출발한다. 정신과에 내원하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대부분 사람은 부모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부모와 자녀 사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후, 현대의 가족이 직면한 특수한 어려움을 설명한다. 과거에는 자녀에게 생존과 안전만 제공하면 양육의 합격점을 넘겼으나, 자녀의 진로를 탐색하고 지원하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양육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으며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른 ‘격차 사회’로의 진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양육의 합격점은 점점 더 높아지는 현대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혹독한 시대다.
저자는 많은 임상 경험을 통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부모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내원자를 만나면 상담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 사람은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짐작한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잘 몰랐던 부모의 처지를 어른이 된 자녀가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치유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치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의문이 풀리고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특히 부모에게 장애나 정신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진단받지 않아 지금까지 몰랐다면, 그에 대한 깨달음은 그 자체로 치유 효과를 발휘한다. 부모를 책망하지도 자신을 질책하지도 않고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일이 곧 치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 이르는 데 정신의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괴로워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괴로움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해명하고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증오에서 벗어나 부모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 마스다 유스케 글/ 명다인 옮김/ 또다른우주/ 1만6800원
hrhoh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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