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살지 않는 땅이 된 서울…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기후 재난'
[신간] 노 휴먼스 랜드
-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오늘날 천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도시 서울.
2050년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전 세계에 유례없는 기후 재난이 닥쳐 세계 주요 도시에 폭염과 폭설, 가뭄과 한파,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나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고 대기근이 찾아온다. 유엔은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세계 곳곳에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을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한다. 결국 한국 역시 국토 전체가 노 휴먼스 랜드가 되어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황망한 폐허가 되었다.
2070년, 주인공 미아는 누군가의 은밀한 청탁을 받고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에 ‘시은’이라는 이름으로 잠입한다. 미아의 임무는 수상한 점을 발견하면 보고하는 것. 이들은 용산공원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황폐한 서울의 모습을 조사한다. 폐허가 된 용산공원, 끊어진 한강대교, 도로에 방치된 자동차 등 미아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우리에게 낯설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서울을 조사하던 중 단원 한 명이 사라지게 되고 만든 지 얼마 안 된 모래성을 발견하게 되며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아 일행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광범위한 기후 재난은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인 기후 위기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한다. 전 지구적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 허리케인과 산불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최근 기후 위기 문제에 있어 ‘기후 불평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풍요로운 ‘과거 도시’와 궁핍한 ‘기후 난민 캠프’로 나뉜 소설 속 세계상은 기후 정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 기후 소설의 강렬한 서사와 놀라운 몰입감, 잊을 수 없는 반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김정 글/ 창비/ 1만4000원
hrhoh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