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인이 임명할 자리는 1만8000개…대통령의 사람 쓰기 [신간]

대통령의 사람 쓰기ⓒ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역대 최장기간 청와대 출입 기자'로 유명한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본부장이 대한민국 고위공직자의 인사 과정을 풀어낸 '대통령의 사람 쓰기'를 펴냈다. 저자는 서울신문에서만 노태우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도합 4년간 청와대를 출입했다.

신간 '대통령의 사람쓰기'는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인사 시스템을 통시적으로 분석해 5부로 나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1부는 대통령 인사 시스템의 도입과 작동 원리 및 변천 과정을 설명한다. 대통령이 선거 이후에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자신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갈 내각을 꾸리는 일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법을 비롯한 법률에 명시된 대통령이 직접 행사하는 인사권은 총리와 대법원장 및 대법관 13개,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3개, 중앙선관위원 3개, 행정부 장·차관 등 정무직 140개 안팎, 공공기관 임원 150여 개가량을 합쳐 300개 이상이 범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범위는 놀랍게도 딱히 정해진 규정이 없다. 저자는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는 정도로 따지면 무려 1만 8000개 이상의 자리가 범위 안에 있다고 분석했다.

인사에는 시스템이 있다. 인사수요가 발생하면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비서관실에서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나 비공식 존안자료, 혹은 정권 주변의 추천에 의해 인재를 발굴한다.

비서실장은 민정수석비서관실에 넘겨받은 인사 검증 자료를 인사협의체에서 논의한다. 이후 인사협의체의 의결 사항을 대통령이 재가한 뒤 공식 임명 절차를 밟는다. 여기에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는 일반기업의 인사와 다르다. 인사 대상 개인의 능력과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다양한 요구에 발맞추려면 출신 지역과 학교, 정치성향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통치권 차원에선 후계 그룹을 육성하기 위해 정권 연장에 필요한 인물을 찾아내 경력 관리도 시켜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정치공학적 종합예술에 가까운 사람 쓰기라 할 수 있다.

2부는 역대 정부의 인사 특징 및 주요 사건들과 함께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정권 실세들의 인사 헤게모니 쟁탈전 비화를 다루었다. 3부는 인사 시스템을 허물고 국정을 흔들어 정권 실패를 야기하는 요인들을 5가지로 정리했다.

저자는 개각이 발표될 때마다 검증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정권 실세들의 정실 인사 △정무적 판단에 따른 인사 정치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 △장관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비선 실세 등 비(非) 시스템적 인사를 꼽았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내각을 완전히 새로 짜는 조각과 청와대 참모진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다…문제는 역대 모든 정부에서 첫 인적 구성부터 과욕을 부려 충분한 검증 없이 요직에 사람을 앉히는 바람에 인사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대선 승리에 따른 논공행상이 늘 화근이었다."(223쪽)

특히 4부는 민정수석실 폐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어떠한 방식으로 인사를 결정할 것인지와 어떤 유형의 인물들이 새 정부의 주역이 될지 살펴본다.

"윤석열 용인술의 키워드는 '전문가' '실용' '신뢰'로 좁혀진다…여러 사정들을 감안할 때 윤석열 정부에선 전문가와 관료 집단이 국정 각 분야 곳곳에 포진할 것으로 예상된다."(249쪽)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가 한국 현대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례들을 10가지로 정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정렴을 발탁해 산업화 시대를 열었지만 김재규를 총애해 참극을 불러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박철언을 중용해 북방외교의 문을 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택해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기춘을 맹신해 힘든 상황을 맞이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낙점해 국론 분열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을 승진시켜 정권을 넘기게 됐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 대통령의 사람 쓰기/ 송국건 지음/ 세이코리아/ 2만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