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작가도 'AI 로봇'…이미 온 '미래' 이야기에 흠뻑

인간의 본질 묻는 '클라라와 태양'·'인간의 법정'
"AI는 먼 미래 아닌 현실…독자·작가 관심↑"

'클라라와 태양', '인간의 법정'ⓒ 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과학소설 전성시대라는 요즘, 특히 인공지능(AI)을 소재로한 소설이 잇달아 출간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은 물론 인간과 같은 정서, 의식을 갖게 된 로봇을 소재로 인간의 본질과 로봇과의 경계를 되묻는다.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소설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내놓은 장편 '클라라와 태양'이다. 이시구로는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뒤 4년 만에 처음 내놓은 소설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삼았다.

소설의 배경은 머지않은 미래의 미국이다. 첨단 과학 기술이 발전했지만 그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고 사회는 여전히 계급 격차가 심하다. 인공지능 로봇, AF(Artificial Friend)가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의 곁에서 학습을 돕고 친구가 되어준다.

주인공은 소녀형 AF 클라라로,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하고 소통하는 데 특별히 관심이 많도록 설계됐다. 클라라는 몹시 야위고 걸음걸이가 불편한 조시라는 소녀를 만나 그의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인간 관계와 감정을 배우고, 병약한 조시를 위해 한결같은 헌신을 보인다.

하지만 아픈 조시를 위해 모든 걸 내어주려 했던 클라라와 달리 인간들이 보인 모습은 오히려 비인간적이어서 이야기는 슬프게 흘러간다.

작가는 이를 통해 과연 인간됨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인간 개개인을 고유하게 만드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로봇의 사랑과 헌신이 인간의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변호사이자 영화제작자인 조광희 작가의 장편소설 '인간의 법정'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다만 '클라라와 태양'이 친구 같은 로봇과의 우정을 다룬 우화적 SF라면 '인간의 법정'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 로봇을 소재로 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야기의 배경은 22세기로 자신과 똑같은 안드로이드 인간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주인공 '시로'는 잘 맞는 동료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안드로이드 '아오'를 주문하지만 어딘가 잘 통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인간의 '의식'을 주입하게 되고 '아오'는 이제 주인의 지시가 아닌 자유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다 '시로'를 살해하면서 이는 법정 다툼으로 번진다.

법정 공방의 쟁점은 아오를 인간으로 볼 수 있느냐이다. 변호사 윤표는 아오의 폐기 처분 취소 소송을 변론하며 의식이 있고 인간에 가장 가까운 생명체인 안드로이드도 "인간에게 적용되는 형사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이를 동물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들은 동물들과 연대해 '포스트휴먼 해방전선'을 구축한다.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노예, 식용, '인간이 아닌 것'들로 규정된 자신들을 해방시키겠다는 의도다.

작가는 이로써 '인간적인 것'의 경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변호사의 주장대로 "인간, 동물, 식물을 포괄하는 모든 생명체의 완전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안전과 자유를 존중하며, 종의 다양성을 보호한다"는 것이 주장이다.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가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먼 미래가 아닌 현실 속 이야기로 와닿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AI는 이미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라며 "먼 미래나 우주, 외계 생명체처럼 동떨어진 이야기보다 익숙하고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SF소설 중에서도 AI 소재가 독자들의 눈에 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