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한강 '맨부커상' 수상은 번역의 승리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소설가 한강(46)의 작품 '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가 16일(현지시간) 영국의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데에는 공동수상자인 20대의 젊은 번역가인 영국인 데보라 스미스(28)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김성곤 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번역이 매우 좋았다. 데보라 스미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번역했다면 상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원작의 세련된 문장과 속삭이는 듯하면서도 힘있는 분위기를 잘 담았고 심리 묘사 역시 잘 전달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 역시 지난 4월 최종후보를 발표하면서 역자인 데보라 스미스가 한글을 배운 지 6년밖에 안됐다는 사실을 따로 언급하면서 번역의 우수함을 칭찬한 바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20대 초반까지는 한국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번역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영국에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한국어를 선택했다. 언어를 배우면서 한국에 대한 사랑이 커져 한국을 방문하기도 한 그는 지난해 런던대학에서 한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가 번역한 한강의 작품은 ‘채식주의자' 외에도 ‘소년이 온다(Human Acts)’가 있다.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A Greater Music)과 ‘서울의 낮은 언덕들(Recitation)’도 번역 중이다.
'채식주의자'는 원래 한국문학번역원에서 해외에 소개될 작품으로 선정돼 번역이 시작됐다. 하지만 에이전트인 바바라 지트워가 번역가를 데보라 스미스로 선정해 번역자가 바뀌었다. 에이전트의 탁월한 선택이 한강의 수상에 지대한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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