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건강의 배신

이노우에 요시야스 엮음·김경원 옮김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돌베개 제공). © News1

</figure>당신은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가? 1년 동안 몇 번의 건강검진을 받는가? 건강해지려 헬스클럽을 주기적으로 다니는가?

현대사회에서 건강은 남녀노소의 관심사가 됐다. 건강정보는 매일 화제에 오르고 건강에 관한 불안에 힘입어 지갑은 건강검진과 각종 건강식품에 쉽게 열린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의료사회학자 이노우에 요시야스가 '건강불안과 과잉의료의 시대 의료화 사회의 정체를 묻다'라는 부제를 가진 '건강의 배신'을 펴냈다.

'건강의 배신'은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숨겨진 의료 쟁점과 진실을 직시하도록 한다. 엮은이는 암 전문의, 내과·역학 전공의, 방사선과 의사, 사회학자 등 의료·사회학 분야 종사자들이 쓴 일본 의료 관행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담긴 글을 한권으로 엮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겪은 실제 사례와 데이터로 글의 설득력을 한층 강화시킨다.

머리글과 종장을 제외하고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은 △의료 방사선 피폭 문제 △불소 과잉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일본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관리 등을 위해 활용된 '생활습관병' 개념 △과잉 건강검진에 따른 '검진병' △의학계 내부의 집단주의라는 건강·의료 문제의 구조적 모순 △정신의료의 문제점과 대안 △상품화된 의료의 소비 실태 △대규모 헬스클럽의 효용 등을 다룬다.

이 책은 의료가 객관적인 자연과학이라고 여겨지지만 사실은 각종 이권과 사회적 상황을 따르는 하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내용이 일본 현실에 바탕을 두지만 소비사회에서 상업화된 의료화 사회의 모습은 국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유효하다.

엮은이는 "이 책은 의료를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서 비판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의료화 시대에 잘 살아가기 위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고 이 책의 의의를 설명했다.

"현재 '건강불안'이나 '더 나은 의료'가 상품화되어 세상에 횡행한 결과 도리어 사람들의 '건강'이 더 나빠지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건강'이며 '의료'인가? 극단적으로 말해 '건강을 위해 죽어도 좋은' 바보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13쪽)

돌베개. 1만5000원. 356쪽.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