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사임당, 하이테크놀로지를 만나다

김세서리아 지음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돌베개 제공). © News1

</figure>전통 유교와 첨단 과학기술, 여성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세계로 독자를 이끌 '신사임당, 하이테크놀로지를 만나다'가 출간됐다.

저자 김세서리아가 신사임당을 표제로 삼은 이유는 그 이름이 현모양처와 주체적 여성을 동시에 담은 상징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아들을 키워내고 남편의 내조를 잘했을 뿐만 아니라 친정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남편의 재혼을 원하지 않고, 예술작품으로 자신을 표현한 다면적 여성을 불러낸 것이다.

전통 여성이 짊어져야 했던 굴레들을 벗겨줄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초음파 기술, 시험관 아기 등 임신과 출산을 돕는 각종 생식 기술,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술, 용모를 원하는 대로 바꿔주는 미용성형 기술, 가사노동에 드는 힘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가전제품의 발명 등 첨단기술은 여성은 물론 인류 전체가 물리적·정신적 한계를 벗어날 가능성을 선물했다. 그러나 하이테크놀로지는 기술의 화려함 뒤에 더욱 교묘하고 억압적인 현실을 남기고 있다.

이 책은 여성의 삶과 성 역할을 중심으로 하이테크놀로지가 낳은 역설을 고찰한다. 과거와 현재, 고전과 비고전, 일상과 학술 영역을 넘나들며 차근차근 답을 찾아간다. 저자는 유가 철학의 전문 연구자답게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의 개념을 여성주의라는 낯선 방식으로 해석해 한국적 맥락에 맞는 여성철학 입문을 꾀하고 있다. 고전 텍스트의 풍부한 인용을 통해 전통 여성의 삶을 입체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전통 규범인 '부녀사덕(婦女四德)'으로 책을 구성한 것은 이러한 시도다. 전통 여성이 지녀야 했던 네 가지 덕성의 틀 안에서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여성 현실이 효과적으로 비교·대조된다. 모성과 생식을 다룬 제1장 부덕(婦德), 여성의 언어생활을 다룬 제2장 부언(婦言)에 이어 여성의 몸이 훈육되고 배제되는 방식에 대해 서술한 제3장 부용(婦容), 여성의 노동과 기술 사용을 다룬 제4장 부공(婦工)까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효과를 노렸다.

저자는 고전을 풍부하게 인용하는 가운데 다양한 현대적 논의를 끌어온다. 여성주의와 함께 과학기술, 생명윤리, 가족제도, 노동문제 등 다양한 연구 영역을 자유자재로 불러내 독자에게 다채로운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나 헤러웨이, 루스 코완, 조앤 배닉을 포함해 국외의 의미 있는 연구 성과들도 다양하게 다룬다. 이를 통해 테크노 페미니즘과 사이버 페미니즘까지 포괄하는 최신의 여성주의 논의에 더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분석을 책의 페이지 수만큼이나 부담없이 풀어냈다.

돌베개. 1만원. 180쪽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