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미국이 미리 알았을까?…벽 진동으로도 엿듣는다

박정희 시절, 미국이 '유리창 진동'으로 도청했다는 의혹 나오기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스1 DB) 2023.3.6/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마 미국은 대통령실을 지금도 다 도청하고 있으리라고 본다"며 "(미국이 알아도 도청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에) 조금 흘러나오는 것 같다. 계속 제가 체크 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비상계엄 당시 북한의 침입을 연출하려 했다는 의혹을 논의하다가 나온 발언이다.

미국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은 2023년 미국의 대통령실 도청 정황이 담긴 기밀문서가 유출되며 정권 초에도 나오기도 했다. 이 문서에는 'SIGINT'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신호정보(Signals Intelligence)의 줄임말로 전파를 포함한 각종 정보전달 체계를 파악해 도·감청 등으로 수집해 분석해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물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모든 것이 신호 정복 획득, 도청 수단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측정과 분석이다.

예를 들어 말하면서 발생하는 공기의 떨림은 유리창이나 램프 같은 주변의 다른 물질도 흔들리게 한다. 흔히 스파이 영화에 등장하는 도청기도 기본적으로는 음파에 흔들리는 부품으로 녹음한다. 현대 도청기는 고집적 고효율 회로, 에너지 수확 등 기술 발달에 힘입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소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기 설치를 하려면 누군가를 포섭하거나 인물·시설에 접근하는 것이 필수라 원거리 도청 기술도 시도되고 있다.

1970년대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청와대를 도청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때 사용된 방법은 대화로 발생한 미세한 유리창 진동을 멀리서 레이저 등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분석해 음성을 재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방식으로 콘크리트, 전등 진동을 이용하기도 한다.

상용화되지 않은 연구 차원에서는 하드디스크 작동음, 스마트폰 떨림을 동원하는 기술도 시연됐다.

전자기기가 대중화된 후에는 작동 시 나오는 미세한 전자파를 이용하는 '템페스트' 기술도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위성 통신 해킹, 악성 프로그램 설치, 시스템 백도어·취약점 활용 등 소프트웨어 기술도 도청에 활용되고 있다.

한편 2013년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 세계 감시 프로젝트를 폭로했다. 폭로에는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38개국 정부 기관·요인을 도·감청, 감시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NSA는 미 국방성 산하 정보 조직으로 주로 SIGINT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외부보다 앞선 보안·해킹 기술, 암호학, 수학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을 막는 원천적인 방법은 물리적 공간 격리다. 이 측면에서 건물·유리창의 진동을 없애는 등 기술이 다수 개발됐다. 미국은 고위 인사가 외국 순방 중 보안 문서 열람, 회의 등 활동을 할 때 도청 방지 장치가 설치된 임시 특수 천막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