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리뷰] 변화무쌍한 섬 '아이폰14 프로'
펀치홀 디자인 숨기는 대신 UX로 녹여낸 '다이내믹 아일랜드'
아이폰 첫 4800만화소 카메라 채용…시나리오별 AOD 기능 작동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는 것처럼 스마트폰에도 '섬'이 있다. 제품을 화면으로 가득 채우는 '베젤리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면 카메라는 일종의 섬처럼 남았다. 뎅그렇게 남은 카메라 구멍은 화면의 바다 위에 오점으로 여겨졌다. 이에 화면 밑에 카메라를 넣는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기술도 등장했지만, 섬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오히려 카메라 화질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애플의 선택은 달랐다. 섬을 숨기는 대신 전면에 드러냈다. '아이폰14 프로'는 덩그러니 놓였던 섬을 사용자경험(UX)에 녹여냈다. '다이내믹 아일랜드'라고 이름이 붙은 새로운 디자인은 사용자의 앱 활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며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종의 보조 디스플레이 역할을 한다.
애플은 디테일에 있다. 자신들의 장기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통해 '펀치홀' 디자인의 단점을 극복했다. 2017년 '아이폰X' 이후 적용된 '노치' 디자인을 뺐지만, 펀치홀 디자인은 이미 안드로이드 진영에는 '국룰'(국민 룰)로 자리 잡고 있다. 애플은 보안성 높은 얼굴 인식(페이스ID)을 위한 '트루뎁스 카메라' 시스템 탓에 전면 카메라의 공간을 줄이고, 화면을 넓히는 데 애를 먹어왔지만, 노치에서 펀치홀로의 변화는 엔지니어링 관점이 아닌 일반 이용자의 시선엔 새롭지 않은 변화다.
새롭지 않은 변화를 새롭게 만든 건 사용자경험(UX)의 영역이다. 전면 카메라의 빈 공간 위에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덧씌워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냈다.
아이폰14 프로 위에서 '섬'은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기본은 전면 카메라와 센서가 들어간 크기만큼의 알약 모양 형태다. 여기에 전화, 음악 듣기 등 특정 동작을 할 때, 이 같은 상태를 알려주는 형태로 양옆으로 확장된다. 타이머와 음악 앱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등 두 가지 동작을 할 경우 각각의 동작은 원형 아이콘과 알약 모양 두 형태로 분열돼 나타난다. 또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할 때 섬을 꾹 누르면 확장된 제어판이 등장한다.
애플은 이를 '아이폰과 사용자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한다.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하고, 향상된 멀티태스킹을 지원해 이전과 다른 아이폰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페이스ID를 작동시키거나 에어팟을 연결할 때, 지도 앱 등에서 위치 정보를 활용할 때, 무음 모드를 켜고 끌 때, 화면 녹화, 충전기 연결 등등 사소한 동작에도 섬은 요동친다.
애플답게 UX는 디테일하게 작동한다. 예를 들어 음악을 틀면 카메라 좌측엔 앨범 커버 아이콘, 우측에 이퀄라이저가 표시되는데 이퀄라이저는 앨범 커버와 '깔맞춤' 된다. 이는 서드파티 음악 앱에도 적용된다. 또 섬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애니메이션을 자연스럽게 나타내기 위해 픽셀을 한땀 한땀 깎아냈다. 서브 픽셀 단위로 적용되는 새로운 안티앨리어싱 기술을 적용해 모서리 픽셀이 튀는 계단 현상을 막았다.
또한, '실시간 현황'이라는 기능을 도입해 앱 개발사가 지원할 경우 다이내믹 아일랜드의 틀 안에서 배달이 언제 오는지 택시가 언제 도착하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카메라는 애플답지 않게 고화소 센서가 채택됐다. 아이폰에는 처음으로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가 들어갔다. 물론 2020년 출시된 '갤럭시S20 울트라'에 1억800만 화소 카메라가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화소 트렌드에 한참 뒤처진 '뒷북'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카메라 시스템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이처럼 고화소 대형 센서를 채택하면서 '삼구 인덕션 카툭튀'도 덩달아 벌크업(근육키우기)했다. 카메라 지상주의 디자인을 퍼트린 원흉인 '아이폰11 프로'와 비교하면 11 프로가 '다시 보니 선녀' 같다. 수용 가능한 디자인 균형을 깨트린 듯한 모습이지만, 애플 제품답게 '뇌이징'(시간이 지나면서 뇌가 길들여지는 현상)이 작동한다.
하드웨어적인 개선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 기법(computational photography)을 '포토닉 엔진'이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개선해 어두운 환경에서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애플에 따르면 최대 2배 향상된 저조도 사진 성능을 제공한다.
또 잠금화면 상태에서 화면을 항시 표시해주는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AOD) 기능도 마침내 적용됐다. AOD 기능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부터 해당 기능을 적용한 안드로이드폰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일부 정보만 항시 표시하는 안드로이드 진영과 달리 잠금화면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최대 1Hz까지 화면 재생률을 떨군 채 밝기를 어둡게 나타내는 식이다.
애플은 AOD 기능의 배터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썼다. 사용자가 아이폰을 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AOD 기능이 꺼지는 식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이 뒤집어져 있거나 가방에 들어가 있으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AOD 기능을 꺼버린다. 운전, 수면 모드 등에서도 AOD는 비활성화되며, 애플워치와도 연동돼 물리적으로 아이폰을 볼 수 없는 거리로 판단되면 화면이 꺼진다. 이 같은 작업을 위해 A16 바이오닉칩에서는 디스플레이 관련 작업만 처리하는 영역이 따로 존재한다.
이번 아이폰14 프로는 전작과 달리 큰 폭의 변화를 가져오며 애플의 가을 잔치를 모처럼 풍성하게 해줬다. 그러나 아이폰14 프로의 모습은 혁신보다 과도기적 변화에 가깝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선을 통해 새로운 카메라 파이프라인을 정립했지만, 커다란 모니터 화면을 놓고 세부를 따지지 않으면 사진 품질의 변화를 한눈에 알아채기 힘들다.
다양한 시나리오와 저전력 설계를 겸비한 AOD 기능은 안드로이드 진영보다 디테일하지만, 뒤늦은 기능 추가에 가깝다.
특히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변화무쌍한 잠재력을 지녔지만, 과도기적 기능에 그칠 수도 있다. 추후 UDC 등 전면 카메라를 가리는 기술이 애플이 채용할 정도로 고도화될 경우 카메라 위에 덧댄 UX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이내믹 아일랜드가 새로운 아이폰 경험으로 자리 잡을지, 눈엣가시인 펀치홀 디자인을 가리는 눈속임에 그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장점
UX의 승리 '다이내믹 아일랜드'
덩치값 하는 4800만화소 카메라
드디어 꺼지지 않는 화면
단점
'카툭툭툭튀' 카메라 디자인
내 몸무게처럼 늘어나는 무게
고환율에 탈탈 털리는 지갑
추천 대상
'M자 탈모'에 질린 아이폰 이용자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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