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수 커브, 체감"…OTT 스포츠 흥행 이끄는 '심판 캠'

심판 시점 관람에 박진감 넘쳐…장비 착용 부담은 숙제

'엄파이어캠'이 류현진의 변화구를 심판 시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KBO 유튜브 갈무리)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이걸 왜 못 치나 했는데, 보고 나니 치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달 한국야구위원회(KBO)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영상에는 '엄파이어(Umpire)캠'으로 촬영한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의 변화구가 담겼다.

엄파이어캠은 심판 시점에서 경기를 보여주는 이른바 '심판 캠'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활용 중인 중계 기법인데, 현장감 넘치는 구도로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6일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약 786만 명이 티빙을 사용했다. KBO리그 개막 직후인 3월 이용자 수(690만명)보다 100만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1일에는 사용자가 전날보다 30만명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다.

올해 초 KBO리그 중계권을 따낸 티빙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시즌 초반에는 중계 사고도 났지만, 시간이 지나며 특색 있는 콘텐츠로 프로야구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티빙은 매주 금요일 '티빙 슈퍼매치'를 진행한다. 슈퍼매치 날에는 경기에 앞서 자체 해설진과 양 팀 선수단이 '프리뷰쇼'를 진행한다. KBO와 협의를 거쳐 투구 궤적을 보여주는 '투구 트래킹', 심판의 시점에서 경기를 보여주는 '엄파이어캠' 등을 선보였다.

이 중 인기가 가장 많은 건 엄파이어캠이다. 유튜브 영상과 구단별 팬카페에는 "경기장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댓글이 꾸준히 달린다.

실제 영상은 박진감이 넘친다. 투수가 던진 공은 눈 깜짝할 새 포수의 글러브에 꽂히고, 타자가 친 공이 관중석으로 뻗어가는 것도 볼 수 있다.

티빙 관계자는 "팬들에게 차별화된 중계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엄파이어캠을 모든 경기에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 팬들의 만족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포츠 중계에 심판 캠을 도입한 건 티빙뿐만이 아니다. 쿠팡플레이는 티빙에 앞서 3월 서울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 중계에 심판 캠을 사용했다. 5월에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경기에서도 주심 몸에 카메라를 달았다. 당시 스포츠 팬들은 '혁신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현장감 넘치는 화면을 자주 보려면 심판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 2006년 프로야구 중계 방송국은 심판 마스크에 카메라 부착을 시도했다. 하지만 심판들이 '카메라가 무겁다', '카메라를 떼고 붙이는 시간이 오래 걸려 불편하다'고 항의해 무산된 바 있다.

티빙은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엄파이어캠을 정규 시즌까지만 사용했다. 티빙 측은 "카메라 착용에 따른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마스크를 헬멧 형식으로 개발하고 있고 장비 경량화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minj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