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미들마일 시장서 헤매는 이통사들

LGU+, 서비스 고도화 중…KT, 물류자회사 매각
기존 영업망 돌파 난관···기업 간 경쟁도 심화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제조공장과 물류센터 사이의 배송을 책임지는 '미들마일' 시장에 뛰어든 국내 이동통신들이 고전하고 있다. 진출 2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한 기업도 나왔다.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최적 배차와 화물차 특화 길 안내 등 첨단 기술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지만, 기존 사업자에 밀려 영업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게 주된 원인이다. 기업들은 사업 진출 초기인 만큼 기술 고도화 등으로 연착륙한다는 목표다.

1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화물 중개 플랫폼 '화물잇고'는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지 않고 서비스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서비스를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차주들이 받을 수 있는 주문 건수가 한정적인 상황이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월 5027명이던 화물잇고 차주용 애플리케이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월 2782명으로 44.7% 줄었다.

화물잇고는 화주로부터 화물 운송을 의뢰받아 차량을 배차하는 주선사와 화물차 기사인 차주를 이어주는 앱이다. 주선사가 화물을 등록하면 차주가 앱에서 원하는 화물을 직접 고를 수 있다. 3년 내 1500억 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했으나 아직은 별다른 성과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 측은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개발이 진행 중이며, 시장 안착을 위한 세부 전략도 설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물류 자회사 '롤랩'을 설립하며 미들마일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했던 KT는 일단 발을 뺐다.

KT는 2022년 5월 AI 기반 화주·차주 실시간 매칭 플랫폼 '브로캐리'를 선보였다. 지난해 4월에는 AI 기반 운송 관제·화물 추천 기능을 강화한 '브로캐리 2.0'을 내놓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듯 했지만 올해 초 브로캐리 운영사인 롤랩을 물류 기업 팀프레시에 매각했다.

팀프레시는 KT와 합작해 롤렙을 세운 회사다. 물류 사업을 직접 운영하기보단 플랫폼 쪽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KT 측은 "디지털 물류 사업과 관련한 'AICT' 설루션·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의 상황은 그마나 낫다. 2021년 미들마일 중개 스타트업 '와이엘피'(YLP) 인수 후 지난해 초 '티맵화물'을 출시했는데, YLP 매출은 2022년 1360억 원에서 지난해 1554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지난해 8월 '카카오 T 트럭커'를 선보인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올해 상반기까지 2만 명 안팎의 MAU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다. 화물차 톤수와 화물 종류, 선호하는 상·하차지 등을 고려해 차주 개인별로 맞춤화된 주문을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미들마일 시장 규모는 3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그동안 배차 오류나 화주·차주 간 분쟁, 운송료 정산 지연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화주가 전화로 화물을 등록하고 견적과 배차 정보도 수기로 작성하는 등 디지털 전환(DX)이 더딘 상황이라서다.

ICT 업계는 시장 규모에 비해 낙후된 업무 프로세스에서 가능성을 보고 비슷한 시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제 AI를 접목한 첨단 시스템과 투명한 운송료 체계, 운임 익일 지급 서비스 등으로 미들마일 시장 안착을 노렸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지만 '전국24시콜화물', '원콜' 등 탄탄한 영업망을 확보한 기존 사업자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기회를 엿보는 기업 간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CT 기업들이 이제 뛰어든 만큼 적극적인 영업으로 일단 몸집을 키운 후 미들마일 시장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고도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