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독점 예능 우리도 줘"…합병 '진통' 파고든 넷플
티빙·웨이브, 합병 논의서 외부 콘텐츠 공급 이견
기존 계약보다 좋은 조건 제시…재도약 노리는 넷플
-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넷플릭스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티빙,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방송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티빙과 웨이브에만 제공하는 드라마나 예능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도록 지갑을 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 논의가 무르익는 시점이나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한 넷플릭스의 영업 행위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합병 추진 과정에서 넷플릭스 등 외부 OTT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안을 두고 주주 간 이견이 있어 업계 관심이 쏠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지상파 3사와 콘텐츠 제작사 SLL중앙 등에 기존보다 유리한 콘텐츠 공급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기존 공급 계약보다 웃돈을 줄 테니 독점 콘텐츠를 넷플릭스에도 풀어달라 게 골자다.
지상파 3사와 웨이브가 맺은 독점 공급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의사를 타진해 보는 것이다. 지상파 3사는 웨이브, SLL중앙은 티빙의 주주사 중 하나로 이들은 대다수 드라마·예능 콘텐츠의 제작·공급을 맡고 있다.
업계는 국내 시장 장악력이 약해진 넷플릭스가 활로를 찾아 나섰다고 본다. 스포츠 중계 확대에 힘입은 토종 OTT가 약진하는 반면 넷플릭스는 '킬링 콘텐츠' 부재로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애플리케이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월 1400만 명을 넘어선 후 하락세다. 당시는 드라마 '더 글로리'가 공개된 직후였다. 지난달에는 1111만 명을 기록해 전월(1096만 명) 대비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넷플릭스 MAU가 1100만 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7월 이후 3년 만의 일이었다.
티빙은 고공행진 중이다. 프로야구 중계, 드라마·예능의 인기로 MAU는 8개월째 늘었다. 지난달에는 756만 명으로 토종 OTT 1위 자리를 지켰다. 웨이브(439만 명) 역시 파리 올림픽 중계 효과로 이용자를 늘렸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성사되면 단순 합산 MAU 기준으론 넷플릭스를 넘게 된다. 양사 합산 MAU는 지난 5월 넷플릭스를 제쳤고, 그 격차도 커지고 있다.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선 덩치 키우기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문제는 미래 콘텐츠 수익 확보 방안을 놓고 티빙과 웨이브 일부 주주 간 입장 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시너지 강화를 위해 합병 법인에만 콘텐츠를 공급해야 한다는 쪽과 외부 OTT에도 공급을 지속해야 한다는 안이 대립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 비해 콘텐츠 영향력이 떨어진 지상파의 경우 외부 콘텐츠 공급을 희망하고 있다. 자신들이 주주로 있는 합병 OTT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다른 쪽에선 글로벌 OTT와 차별성을 갖기 위해 독점 콘텐츠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맞선다. 이런 상황을 넷플릭스가 파고든 것이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 협상은 9개월 차로 접어들었다. 본계약 체결이 여러 이유로 지연되고 있으나 양 사는 연내 합병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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