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의 도주 우려[기자의눈]

금감원, 역사상 처음으로 김범수 포토라인에 세워
현 정권의 '카카오 망신주기'에 국내 AI 산업 위축 우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7.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김범수 카카오(035720)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됐다. SM엔터테인먼트(041510)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하게 만들 의도로 주가를 조종한 혐의다.

법조계에서는 구속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구속영장은 통상 죄질이 좋지 않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을 때 발부된다.

지난해 SM엔터 인수를 주도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가 3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다른 임원들은 구속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김 위원장을 구속하는 게 지나치다고 생각되는 이유다.

사실 법리적 판단은 제쳐두고 분위기만 따져봤을 때 김 위원장 구속 가능성이 있긴 있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정부의 미움을 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카카오는 현직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비판한 사기업이다. 배경은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은 카카오모빌리티 횡포가 매우 부도덕하다는 이유였다.

금융감독원은 김 위원장을 피의자로 공개 소환하며 설립 이래 처음으로 포토라인에 세웠다. 포토라인에 선다는 건 '뭔가 확실한 죄가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살펴봤을 때 카카오를 둘러싼 환경이 분명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지금 카카오는 글로벌 빅테크 공세 속 국산 인공지능(AI) 기술을 만들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매년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연구개발에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회사를 버리고 도주하는 선택을 했을까. 김 위원장은 카카오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죄가 있다면 죗값을 받아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의 지나친 옥죄기가 자칫 IT 산업계에 부정적은 시그널을 줄까 우려된다. AI 플랫폼 산업의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