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 진입 골든타임인데"…창업자 구속에 혼돈 빠진 카카오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법원이 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에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카카오가 충격에 빠졌다.

카카오가 AI(인공지능)와 해외진출 분야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창업자까지 구속되면서 연내 출시를 약속한 'AI 서비스'를 포함, 그룹 신사업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3일 김범수 창업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창업자 구속을 계기로 다른 사건들에 대한 조사까지 본격화하면 카카오의 경영은 한동안 '시계 제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김 창업자는 1월부터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CA 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아 카카오그룹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중추 역할을 해왔다. CA 협의체가 각 계열사 경영과 투자 전반에 관여해온 만큼 미래 사업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신설한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통한 '생성형 AI' 등 신사업도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김 창업자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함께 인적 쇄신을 비롯한 AI 중심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정 대표는 지난달 첫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카카오다운 AI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김 창업자의 구속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에도 연내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악재가 잇따라 터지자 발표 시점을 늦추다가 결국 대외 공개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를 정한 바 있다.

기업을 이끌어야 할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사법당국 칼날에 웅크린 사이 AI 혁신을 위한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 핀테크 계열사 카카오페이(377300)의 신사업 투자도 표류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에 나섰지만 사법리스크 여파에 무산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도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323410) 1대 주주 지위마저 내려놔야 할 수 있다. 카카오는 동일인 주식 보유 한도 제한 원칙상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지만, 인터넷은행 진흥을 위해 법률상 조건부로 이를 승인받았다.

해당 인터넷은행 특례법 적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창업자의 시세 조종 혐의가 유죄로 확정 시 카카오는 지분을 10%까지 줄여야 하고 1대 주주도 한국투자증권으로 넘겨야 한다.

김 창업자는 검찰로부터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당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창업자 측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보고를 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인수 방법은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변호인단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는 논지를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창업자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다음 날인 18일 카카오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고 "어떤 불법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041510) 시세 조종 의혹 외 기업 인수·계열사 확장 과정에서의 잡음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