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쫓겨났어" 유튜브, '디지털 망명' 단속 [손엄지의 IT살롱]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 가격은 1만4900원인데 인도는 2100원
구글, 국내 매출 3652억원으로 신고…주요 수익은 싱가포르 법인으로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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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유튜브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저렴한 프리미엄 요금제를 쓰고 있는 이용자를 단속하고 있다.

결제 취소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구글 계정에 연동된 게임, 구글 드라이브 속 자료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집트에서 쫓겨났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유튜브 VPN 단속으로 해당 국가 요금제가 해지됐다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는 1만 4900원인데 인도는 129루피(약 2100원), 튀르키예는 57.99리라(약 2500원)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인도 가입자인 척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망명'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디지털 망명 방식은 간단하다. 사용자의 IP 주소를 숨기고 가상의 IP주소를 만들어주는 VPN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인도, 이집트 등 프리미엄 요금제가 저렴한 국가로 설정한 다음 요금제에 가입하는 식이다.

유튜브는 2년 전부터 이런 가입 방식을 규제하겠다고 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유튜브는 대책을 마련하고 조치하고 있다.

일부 가나, 나이지리아 등은 디지털 망명 단속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이용자들은 계정 정지를 우려해 가계정을 만들어 새로 가입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정확한 단속 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용자들이 가입 시 설정한 국가에서 6개월간 유튜브에 접속하지 않으면 구독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은 VPN을 켜 가입한 국가의 IP로 로그인을 해 제재를 피하고 있지만, 유튜브는 이런 방법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유튜브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잘못이 있지만 어찌 억울한 느낌도 있다. 정작 유튜브는 세금이 저렴한 나라에 법인을 세워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세금 망명자다.

구글코리아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출은 3652억 원, 영업이익은 233억 원이다. 그래서 납부한 법인세는 155억 원으로 네이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구글의 주요 수입원인 유튜브 광고 수입, 프리미엄 멤버십 요금 등이 국내 매출이 아닌 아시아·태평양 법인 매출로 잡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 과세 기준은 고정 사업장인데, 해당 법인이 싱가포르에 위치해 있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글의 실제 국내 매출은 약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경우 법인세는 4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니 1만 4900원짜리 요금제를 피해 2500원짜리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를 단속하는 유튜브에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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