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천만원 투자·하루 수익률 10~20%"…유재석 사칭 '리딩방' 들어가보니

중소기업부와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위탁 운영한다고 속여 투자금 모집
플랫폼 단속 한계…"이용자 스스로 경각심 갖고 현혹되지 말아야"

사칭 밴드에서 투자운용사 이사가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플랫폼 업계의 단속에도 유명인을 사칭한 투자 광고 사기는 계속되고 있다. 사칭 광고로 사람을 끌어모은 뒤 투자를 유도하는 식이다. 플랫폼의 단속에도 한계가 있어서 투자자 스스로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 범죄 피해액은 누적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도 울산에서 유명 축구선수를 사칭한 유튜브 광고로 '가상자산 리딩방'으로 유인한 후 10억 원을 가로채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서 유재석을 사칭한 투자 광고를 통해 네이버 밴드에 입장하자 최소 1000만 원을 투자하면 하루에 20% 수익을 내는 상품이 있다고 소개했다.

밴드 방장에게 "진짜 유재석이 투자하고 있는 곳이 맞냐"고 묻자 신고를 의식한 듯 "광고 대행사의 실수로 과대광고가 나갔고, 즉시 광고를 중지했다"고 답했다.

밴드는 2024년 2월 28일에 개설했고, 지금까지 유명인 사칭 광고를 통해 멤버를 모집한 것으로 보인다.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바람잡이다.

사칭 밴드에서 투자운용사 이사가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해당 투자 운용사의 이사라고 소개한 방장은 "최근 중소기업부에 전략주식투자사업을 위탁받아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심사를 통해 30분만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 투자금액은 1000만 원이고, 투자를 결정하면 500만 원의 투자금을 지원한다고 했다. 목표 수익률은 하루에 10~20%다.

그러면서 지난해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 투자 종목과 수익률을 공개했다. 19개 종목 중 2개 종목이 현재 거래 정지 중인 상태다. 제대로 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중소기업부에 위탁받았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나 중소벤처기업부 모두 해당 운용사에 주식 운용을 위탁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밴드 화면 갈무리)

해당 밴드를 신고하자 즉시 '관리자에 의해 접근이 제한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최근 24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035420)가 즉시 밴드 활동을 정지시킨 것이다.

이후 밴드 매니저는 "최근 경쟁사에서 우리 그룹 그룹방에 잠입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기밀성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그룹방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알림을 보내왔다.

유명인 사칭 투자 광고는 계속되고 있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단속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이용자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사칭 밴드 관리자들은 가짜 사진과 이름을 쓰고, 도용한 명의를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해가 발생해도 플랫폼 기업이 배상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자 스스로 고수익 투자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