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은 어떻게 내비 업계 1위가 됐을까[손엄지의 IT살롱]

스마트폰 이용자 74%가 티맵 내비게이션 이용
SKT가 만든 내비…2021년 티맵모빌리티 별도 법인 설립

SK텔레콤 내비게이션 초기 모델인 '엔트랙' TV 광고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국내 대형 플랫폼사인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가 밀리는 시장이 있다. 내비게이션이다. 국내에서 스마트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사람의 74%는 티맵을 쓴다.

티맵의 시초는 SK텔레콤(017670)에서 만든 내비게이션 서비스 '엔트랙'이다. 이동통신사 중 SKT가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덕분에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다. 2002년 피처폰 시절부터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내비게이션 전용 휴대폰도 팔았다.

초반에 이용자는 많지 않았다. SKT 요금제를 써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데 당시 인터넷 사용 요금은 지금과 달리 비쌌다. 작은 피처폰 화면으로 내비게이션을 보는 것도 불편했다. 대부분은 내비게이션 전용 기기를 사서 썼다.

분위기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반전됐다. 스마트폰 시대가 온 덕에 티맵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티맵을 쓰기 위해서 통신사를 바꾸지 못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사용자 저변을 넓히고자 2011년부터는 추가 요금을 받고 다른 통신사 가입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2016년 이후에는 모든 통신사에서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당장 비용을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쓰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모빌리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선점이 중요했다. 티맵은 2021년 티맵모빌리티라는 별도법인을 만들며 SKT 계열에서 분리됐다. 이름도 T map에서 TMAP으로 바꿨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보편화되면서 티맵은 더 가파르게 성장했다. 티맵을 모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SKT의 전략은 적중했다. 사람들이 모이자 데이터가 쌓였고, 많은 데이터는 타사 대비 질 좋은 교통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가 많다 보니 정체 구간과 소요 시간이 다른 내비게이션 대비 정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자가 적은 타사 내비게이션은 도착 시간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타사 내비게이션 정확도가 상당히 올라왔지만, 티맵 이용자가 굳이 다른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유인은 크지 않은 정도다.

운전점수 서비스도 티맵이 고객을 잡아 놓는 요인 중 하나다.

티맵은 내비게이션 모드에서 운전자의 속도를 분석해 점수를 매긴다. 속도 관련 위험사항을 발견할 때마다 일정 점수를 감점하고, 감점 후 위반사항 없이 일정 거리를 이동하면 점수가 올라가는 식이다.

이렇게 누적된 점수는 자동차 보험 가입 시 특약으로 적용돼 일정 점수 이상일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 납부했던 보험료도 환급해 준다. 티맵은 정보 비대칭성이 큰 보험 시장에서 합리적인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통신사가 만든 하나의 서비스에 불과했던 기능이 하나의 법인이 되고,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줬다. 돈과 시간을 아껴준 것은 물론이다. 티맵이 아껴준 우리 시간은 더 소중한 곳에 쓰였을 거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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