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카카오표 쇄신'…증권업계도 '기대'[손엄지의 IT살롱]

간소했던 의사결정 과정의 체계화…책임경영도 강화
카카오 목표가 일제히 상승…"올해 영업익 49% 늘 듯"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아지트의 모습. 2023.8.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지난해 카카오(035720)는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그동안 카카오의 성장 동력이었던 자율 경영이 통제력을 잃으면서 많은 부작용이 드러나면서다. 정부는 작은 흠결도 용납지 않겠다는 분위기였다.

카카오는 '사명을 바꿀 정도의 각오'로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등 떠밀려 하는 쇄신 같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꽤나 진심이 느껴진다. 변화의 기대감도 나온다.

카카오는 올 초부터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재정비하고, 임원을 교체하는 등 빠른 쇄신 작업을 알렸다. 뉴스로 나오는 것 외에도 카카오 내부에 많은 변화가 있다고 내부 관계자는 전한다.

우선 문제가 됐던 골프장 회원권을 실제로 대부분 정리했고, 골프 접대 문화도 변화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자사 굿즈(상품)의 외부 반출도 엄격해지는 등 전사적 비용 통제에 나섰다.

간소한 절차가 미덕이던 그룹의 의사결정도 체계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업부문별로 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을 정하는 등 의사 결정의 책임자를 확실히 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조직은 가벼워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부실한 계열사는 뼈아픈 구조조정의 단계를 거쳤고 그동안 문제로 지적받은 많은 계열사도 줄여나가고 있다. 관련 없는 사업은 매각하고 100%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흡수합병하는 식이다.

신사업으로 경영에 활기도 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당뇨 관리 솔루션 '파스타'를 출시했다. 국내 출시 이후 미국·일본 등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곧 세 자릿수 영업이익을 내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전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그동안 '굿 리스너'(good listener)로 꼽혔다.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끌기보다는 모든 의견을 듣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카카오의 자율경영이 가능했던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 김 창업주는 '스피커'(speaker)가 되어 회사의 쇄신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CA협의체 의장으로 나선 것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다.

증권업계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증권업계가 내놓은 카카오 투자보고서는 목표가를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주요 자회사 실적 회복, 전사적 비용 통제 기조가 이어지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CA협의체를 개편하며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강화했고, 신임 대표 취임으로 사업 전략의 긍정적 변화도 기대된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8.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지난해 갖은 내우외환 속에서 AI 시장 진입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발표하려고 했던 카카오의 초거대언어모델(LLM) 코GPT 2.0은 아직도 발표되지 않았다.

네이버(035420)가 검색 화면에 다양한 AI 서비스 실험을 하고 있지만, 카카오톡에선 아직 이렇다 할 AI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 않다. 다만 현재 카카오는 많은 AI 서비스를 접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카카오의 AI 기술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