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은 플랫폼법 논의 거부…"이러다 해외 플랫폼만 반사이익"

해외 플랫폼 사업 내용 파악에 난항…"규제할 수 있는지도 의문"
"네이버·쿠팡 규제하면 중국 기업이 자리 대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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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범)이 자칫 국내 기업만 규제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작 통제가 필요한 해외 플랫폼 기업으로부터는 사업 관련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3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법 도입을 예고했지만, 규제 대상 기업은 여전히 깜깜이다.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만 긴장하고 있다.

통제가 필요한 구글, 애플 등 해외 플랫폼은 공정위와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 이달 25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공정위는 플랫폼법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는데, 구글·애플·메타는 참석하지 않았다.

공정위 플랫폼법은 일부 거대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각종 규제와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독과점 기업을 통제하고자 △멀티호밍 제한 △자사우대 △끼워팔기 △최혜대우 4가지 반칙행위를 제한한다.

사전 지정 기업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내 매출액, 국내 플랫폼 이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해외 플랫폼의 경우 영업비밀을 이유로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규제의 적용 대상을 교묘하게 피해 갈 수도 있다.

실제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글코리아의 2022년 매출은 회사가 제출한 감사보고서 수치의 30배인 10조5000억원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교수는 "공정위가 (해외 플랫폼의 사업)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해외 플랫폼을 현실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 "플랫폼법이 국내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국한된다면 실효성은 없고 오히려 국내 소비자가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발생하는 피해구제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대부분 국가 사이에서 공통적인 과제다.

대형 플랫폼은 이용자 데이터를 손쉽게 모으고 있고, 데이터를 쌓아가며 각 기업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기 쉬운 환경마저 구축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의한 테크노크라시(기술 민주주의) 우려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경쟁력 있는 자국의 플랫폼 기업을 보호하려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 견제 법안을 만들었다. DMA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은 알파벳(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틱톡 등 모두 외국계다.

한국에서는 지배적인 자국의 플랫폼 기업이 있지만, 영향력은 미미하다. 카카오, 네이버, 넷마블, 넥슨, 두나무, 쿠팡, 크래프톤 7개 IT기업의 합산 매출은 미국 빅테크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약 2.9%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법이 국내 기업만 옥죄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토종 기업들은 외국계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서 교수는 "새로운 투자, 서비스 등의 경영상 결정은 매우 보수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이는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을 저해하여 국가경쟁력 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원 안동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네이버와 쿠팡을 규제하는 동안 중국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eom@news1.kr